"프리퀀시"(Frequency.25일 개봉)는 다양한 재미를 주는 영화다.
화끈한 화재씬으로 시선을 빼앗고 나면 시공을 뛰어넘는 소통으로 환상을 안긴다.
과거가 현재를 뒤바꾸는 흥미진진함속엔 연쇄살인범을 찾아내는 스릴이 넘치고 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찡함도 있다.
SF,스릴러,코미디,휴먼드라마... 여러 장르에서 골라온 이질적인 재료들은 치밀한 시나리오와 연출로 멋지게 어우러진다.
아마추어 무선통신(햄)을 통로로 과거와 현재가 만난다는 중심 모티브는 알려진대로 "동감"과 판박이다.
하지만 전체 구조는 "백 투 더 퓨처"쪽에 훨씬 가깝다.
1969년 10월12일 뉴욕 퀸즈.태양의 흑점활동이 유난히 활발해지고 오로라가 뉴욕 퀸즈 밤하늘을 물들인다.
야구팀 뉴욕 메츠의 열광적인 팬이었던 소방관 프랭크(데니슨 퀘이드)는 화재진압중 목숨을 잃는다.
사랑하는 아내와 6살짜리 아들 존을 남겨둔채. 시간은 훌쩍 30년을 건너뛴다.
1999년 10월11일.30년만에 다시 오로라가 찾아왔다.
옛집에서 그대로 살고 있는 아들 존(짐 카비젤)은 뉴욕경찰의 강력계 형사가 되어 있다.
연쇄살인사건을 수사중이지만 연인한테 채인후 알콜에 쩔어산다.
우연히 아버지가 쓰던 무선통신기를 발견한 그는 주파수를 맞춰본다.
어디선지 귀에 익은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저는 뉴욕에 사는 소방관 프랭크입니다" 과거의 아버지와 현재의 아들은 "야구"를 매개로 서로의 "실재"를 믿게 된다.
아들은 아버지에게 죽음을 피할 방법을 알려주고 아버지는 목숨을 건진다.
과거의 한 조각이 갈아끼워진 순간 그 여파는 도미노처럼 번진다.
살인범에게 희생된 여자수는 몇배로 늘어났고 어머니까지 희생됐다.
다른 시간대의 부자는 서로 어긋난 "역사"를 바로잡으려는 사투를 시작한다.
시간이 뒤틀리는 황당한 설정은 초자연적인 오로라에 의해 설득력을 부여받는다.
90년대 TV 방송은 "시간과 공간은 상대적이며 여러가지 차원이 존재한다"는 물리학자의 유망한 학설을 소개하며 개연성을 호소한다.
"프라이멀 피어""다크 엔젤"등의 그레고리 호블릿 감독은 속도감있는 사건 전개와 교차편집,빠른 화면전환으로 긴장감을 팽팽히 유지한다.
과거와 현재에 흩어져 있는 단서를 짜맞춰 퍼즐을 푸는 재미가 솔솔하다.
"야후"같은 유머도 유쾌하다.
꼼꼼히 들여다보면 이야기에 모순도 여럿 눈에 띄고 마지막 "극적"반전이 지나치게 감상적이어서 웃음도 나지만 그래도 흐뭇하고 따뜻하다.
김혜수 기자 dear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