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라노 김수정(33).

이름만큼이나 맑고 따사로운 음성으로 미국 오페라무대에서 각광받고 있는 신예다.

조수미 홍혜경 이후로 걸출한 성악스타가 나오지 않는 국내 음악계의 현실에서 새로운 기대를 걸어볼만한 소프라노라는 얘기도 들린다.

그런 그가 활동의 기반을 뉴욕에서 서울로 옮겨온다고 한다.

"여자 혼자 외국에서 연주활동하는 건 사실 힘듭니다.

부모님이 계신 고향에 대한 그리움도 있고요.

그래도 미국 활동을 모두 접고 들어오는 건 아닙니다.

교직을 맡으면 강의에 차질이 없는 선에서 미국 오페라무대에 계속 오를 생각입니다"

그는 오는 24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리는 한국가곡제를 시작으로 12월 31일 제야음악회(세종문화회관),내년 1월초 두산그룹 주최 신년음악회,3월 첫 독창회 등으로 국내 활동을 본격화한다.

"김수정의 모습과 노래를 자주 듣고 싶은데"하며 아쉬워했던 국내 팬들에게는 정말 희소식이다.

김수정이 신예 소프라노로 기대를 모으기 시작한 것은 1995년 뉴욕 메트로폴리탄오페라에서 우승하면서부터.

이후 버지니아 볼티모어 톨리도오페라 등에서 "피가로의 결혼" "로미오와 줄리엣" 등을 공연하며 스타덤에 올랐다.

같은 오페라단에서 한 가수를 계속 초빙한다는 것은 그만큼 실력을 인정받는다는 얘기.

김수정이 그런 경우다.

고음에서 저음까지 폭넓은 음역을 소화하는 음성과 섬세한 표현력,타고난 연기력 등이 보는 이를 빨려들게 한다.

"오페라를 할때마다 작품의 시대적 배경에 맞는 걸음걸이와 동작을 연구합니다.

스태프들이 저를 "least korean"이라고 추켜세운 적도 있죠.

동양출신이면서 서양인같은 제스추어를 소화해 오페라가 살아난다는 얘기였죠"

김수정의 음색은 부드럽고 서정적인 리릭 레제로다.

소프라노중 가장 흔한 음색이다.

그러다보니 실력을 인정받고 두각을 나타내기가 어렵다.

자신을 드러내고 싶어 의욕이 앞서다간 목을 버리기 십상이다.

"토스카나 나비부인 같이 힘있고 굵은 목소리는 나와 맞지 않아요.

무리하지 않고 내 목소리의 특징을 살려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가장 좋아하는 오페라는 "로미오와 줄리엣" "라 트라비아타"예요.

앞으로는 비제의 "진주조개잡이" 벨리니의 "청교도"도 해보고 싶어요".

그에게 장래 꿈이 뭐냐고,이제 어느 무대에는 서야 하지 않겠느냐고 물어오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좋은 작품 하나 해내면 기분이 너무 좋고 여기에 만족하고 있습니다.

최선을 다해 노래부르는 가수라는 사실만 관객들이 알아주면 된다고 봐요.

관객의 교감이 스타덤이나 개런티수준보다 더 중요하죠.

물론 메트로폴리탄 무대에 서보고 싶은 욕심도 있어요.

아직은 좀더 신중히 준비하고 실력을 더 연마해야 할때라 생각합니다"

장규호 기자 sein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