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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감시대] (225) 제2부 : IMF시대 <8> 아프리카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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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 홍상화

    진성구는 아프리카 케냐의 마사이마라 동물보호 구역 안 초원을 가로지르는 중형 트럭 안에 있었다.

    아프리카대륙 한낮의 잔인한 태양도 그의 흥분을 가라앉히지는 못했다.

    이성수와 촬영감독을 맡은 정시철, 남우 주연 역을 맡은 장민우와 총감독을 맡은 진성구,이 네남자는 중형트럭 짐칸을 개조해 만든 좌석에 앉아 초원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혜정은 운전석 옆자리에 앉아 있었다.

    진성구가 영화에 심취한 진정한 동기는 누구에게도 털어놓을 수 없는 성질의 것이었다.

    그러한 사실이 알려지면,영화예술에 대한 용서 못할 모독일 것이고 자기 자신의 파렴치함을 만천하에 드러내는 격이기 때문이었다.

    한 여자를 잊기 위해 다른 곳에 마음을 붙이려고 영화를 택했다고 한다면 다들 코웃음을 칠 것이다.

    그러나 진성구는 예술성 면에서나 대중 호응도 면에 있어 결과야 어떻든 영화제작과 감독일에 최선을 다할 각오였다.

    그에게 있어 무엇보다 최선을 다하는 것이 중요했다.

    자신의 인생을 돌이켜보면 최선을 다했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없는 경우가 많았다.

    아버지가 물려준 사업은 적당히 했고,사업을 떠난 후 한때 몰두했던 영화와 뮤지컬의 제작도 재정적 지원을 했다 뿐이지 자신이 전심전력을 다한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이번 일만은 달라야 했다.

    이번 일로 자신이 한 특별한 여자의 진정한 사랑을 받을 만한 가치가 있는 인간인지 판가름이 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이번 일이란 국제협력단의 일원으로 아프리카에서 의료활동을 펼치고 있는 의사 유덕종씨의 이야기를 영화화하는 것이었다.

    이성수가 아프리카 여행 중 유덕종씨를 만난 다음 그에 관한 이야기를 영화화할 것을 권유했던 것이다.

    그 후 진성구는 영화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영화예술에 관한 전문서적을 읽고,영화전문가들을 만나 대화를 나누었다.

    그리고 영화사를 장식한 중요한 영화들을 보면서 카메라 앵글,연기,다이얼로그 등 여러 면에서 분석해보았다.

    "혜정이,얼마나 더 가야 마사이 부락에 도착할 수 있는지 기사에게 물어봐"

    운전석 뒤 짐칸 좌석에 앉은 진성구가 머리를 바깥으로 내놓고 앞쪽 밑을 내다보며 말했다.

    "한 30분만 더 가면 된대요"

    잠시 후 이혜정이 운전석 옆쪽 창밖으로 고개를 내밀고 위로 쳐다보며 소리쳤다.

    "이 친구들이 30분이라면 한 시간은 더 걸릴 거야"

    진성구가 뒤에 앉은 이성수에게 말했다.

    "성구 넌 아프리카 사람들에게서 한 가지는 꼭 배워야 돼"

    이성수가 트럭의 소음 사이로 소리쳤다.

    "그게 뭐야?"

    진성구가 뒤돌아보며 물었다.

    "''빨리 빨리''가 아니고 ''천천히 천천히''라는 거야.그게 아프리카인의 인생모토야.그런 아프리카인의 지혜를 그들이 어디서 배운 줄 알아? 맹수들한테서 배운 거야.맹수들은 상대를 공격하기 전에는 결코 빨리 움직이지 않아.항상 느릿하게 움직이지.그렇게 함으로써 상대방에게 공격의사가 없다는 것을 전하는 거야"

    이성수의 말에 진성구는 긍정도 부정도 않은 채 잠자코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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