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베니스비엔날레 한국대표로 선정된 서도호(38)씨는 현재 뉴욕에 거주하고 있다.

전에는 서울에 살았다.

국경을 넘나들며 작업활동을 하는 그에게 집은 유동적인 공간이다.

그의 생활·문화의 터전이 이동하면 주거공간도 함께 바뀐다.

현대사회에서 집은 더 이상 정주(定住) 개념으로서의 ''삶의 공간''이 아니다.

지구촌이 일일 생활권화되고 국제교류가 활발한 요즘에는 더욱 그렇다.

24일 서울 로댕갤러리에서 개막되는 ''아시아·유럽 현대작가전''은 급변하는 현대사회에서 집의 개념을 되짚어보는 이색적인 국제전시회다.

아시아 유럽작가 10여명이 ''나의 집은 너의 집,너의 집은 나의 집''을 주제로 10점을 출품,서로 다른 경험과 문화의 공유가능성을 찾아보는 자리다.

전시회에서 집의 개념은 장소의 의미뿐 아니라 국가 문화 나아가 자아정체성을 뜻하는 넓은 의미다.

올해 타이베이비엔날레와 상하이비엔날레를 각각 맡았던 큐레이터 제롬 상스(프랑스)와 후 한루(중국)가 공동으로 전시를 기획했다.

프랑스의 신예 건축가들인 그룹 ''페리페릭''이 전시구성을 맡았고 서도호 김소라·김홍석(이상 한국) 스라시 크솔웡(태국) 츠요시 오자와,준야 야마이데(이상 일본) 왕 지안웨이(중국) 자비에 물랭·이즈미 고하마(프랑스·일본 공동작품) 얀스 하닝(덴마크) B.a.d(네덜란드)가 출품했다.

입구에 들어서면 비닐을 코팅한 칸막이가 눈에 띈다.

칸막이는 작품과 구조물 관람객을 반사시켜 작품과 관객의 일치를 유도한다.

지난해 서울의 전통가옥을 미국으로 보내 전시했던 서도호씨는 이번 전시회에서 자신의 뉴욕 아파트를 서울로 옮겨놨다.

헝겊으로 집을 만들어 자신이 살던 뉴욕의 ''생활공간''을 관객에게 공개한다.

준야 야마이데의 ''NO-17 누구의 것''은 시계 골판지 음향효과를 이용한 설치작업.

서울 주민으로부터 시계 2백개를 빌려 전시장에 옮겨놓았다.

손목시계부터 회중시계,고장난 시계까지 다양한 종류를 종이상자에 담아 천장에 매달아 시계소리를 통한 서울시민들의 삶을 되새겨보는 전시다.

자비에 물랭과 이즈미 고하마의 공동작품인 ''홈웨이''는 의상이 다용도로 쓸 수 있는 가구이자 의상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가방이 때론 의자역할을 하고 의자도 경우에 따라 의상이 되기도 한다.

츠요시 오자와의 ''캡슐호텔 프로젝트''는 회사원들이 하룻밤 묶는 캡슐호텔과 노숙자들이 밤을 지내는 가건물의 비교를 통해 양과 음의 세계가 다른 것 같지만 기실 유사한 공간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이밖에 스라시 크솔웡은 경품행사를 벌이는 ''럭키 서울 2000'',김소라·김홍석은 서울주민들의 가재도구를 전시한 ''리빙룸'',네덜란드 작가그룹인 ''B.a.d''는 개방공간인 ''오아시즘'',덴마크의 얀스 하닝은 매표소에 ''외국인 무료''라는 자막 한줄을 넣은 색다른 작품을 내놨다.

이 전시회는 내년 7월 도쿄를 시작으로 유럽 등지로 옮겨질 예정이다.

안소연 삼성미술관 책임큐레이터는 "이번 전시회는 서로 다른 문화와 경험을 나누는 교류의 장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내년 1월28일까지.

(02)2259-7781∼2

이성구 기자 s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