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관춘 중심가인 하이뎬루(海淀路)를 타고 북쪽으로 올라가면 칭화(淸華)대학을 만나게 된다.

이웃 베이징(北京)대학과 함께 중국 최고 명문으로 꼽히는 대학이다.

기업이 칭화대 졸업생을 채용하려면 평균 대졸임금보다 3∼4배쯤 임금을 더 줄 각오를 해야 한다.

정문 동쪽에 자리잡은 벤처창업 인큐베이터인 ''칭화창업원''은 ''IT명문대''로서의 칭화대학을 가장 잘 설명해준다.

이곳에 들어서면 칭화대 졸업생들의 창업열기를 후끈 느낄 수 있다.

''중국의 빌 게이츠''를 꿈꾸는 젊은이들로 분주하다.

1년 전 설립된 칭화창업원에는 24개 업체가 입주해 있다.

모두 이 학교 졸업생이 설립한 벤처기업이다.

통신기기 개발업체인 리즈컴도 그중 하나.

이 회사 직원 20여명은 인터넷 통신속도를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시스템 개발에 밤잠을 설치고 있다.

궈신밍(郭新明) 사장은 "몇몇 벤처투자업체가 투자 제의를 해오고 있다"며 "제품 상용화 작업을 마치고 올해 말 창업원을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뤄줘(羅茁) 칭화창업원 부주임은 "매년 개최되는 칭화대 창업대회 우승자들에게만 입주기회를 준다"며 "2개 업체가 부화돼 세상 밖으로 나갔고 4개 업체가 외국 투자자금을 받았다"고 말했다.

중관춘에는 이밖에도 8개의 창업 인큐베이터가 활동하고 있다.

중관춘 대로변을 걷자면 허름한 ''중관춘 궁위(共寓:아파트)''단지를 볼 수 있다.

이곳 역시 창업기지다.

돈 없는 젊은이들이 오피스빌딩 대신 아파트를 빌려 창업대열에 동참하고 있다.

중관춘 4호 궁위의 허름한 아파트에서 만난 양펑(楊峰)군은 "1년의 고생 끝에 이곳을 탈출하게 됐다"며 싱글벙글이다.

베이징리궁(北京理工)대학 졸업생인 그는 지난해 동기생 4명과 함께 창업, 최근 대기업의 투자자금을 받았다.

창업원과 궁위는 중국 젊은이 사이에 퍼지고 있는''중관춘 신드롬''를 보여준다.

컴퓨터 관련 지식이 있는 젊은이라면 대부분 창업을 꿈꾼다.

중국인 특유의 장사기질과 서구식 벤처기법,도시지역을 중심으로 급속하게 확산되고 있는 인터넷 등이 어우러진 현상이다.

올 상반기 중관춘에 설립된 정보기술 업체는 모두 1천5백여개.

하루 7개 꼴로 새 기업이 탄생한 것이다.

중국 젊은이들의 창업열기가 있기에 가능한 얘기다.

칭화대 출신 조선족 교포인 한문 이허왕(易和網) 사장은 "컴퓨터관련 학과 졸업생들의 궁극적인 목표는 창업"이라며 "창업 측면에서 볼 때 실리콘밸리에 못지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사장은 컴퓨터 조립판매에서 시작,지금은 중관춘 중심부의 타이핑양(太平洋)빌딩 사무실에서 인터넷 정보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중관춘은 중국 젊은이들에게 창업의 꿈을 펼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준다.

각종 기술정보와 벤처캐피털,창업보육 시설 등이 이곳에 몰려있다.

벤처캐피털의 경우 베이징고신기술투자 중관춘청년과기투자 등 시정부 산하 5개 펀드가 투자대상을 물색하고 있다.

증권사 등 금융기관들도 이 분야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중국 인터넷 시장이 달아오르면서 소프트뱅크 등 외국 투자자금도 들어와 있다.

현재 약 20억달러에 달하는 외국 투자자금이 중관춘을 기웃거리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뉴욕의 벤처투자회사인 퍼시픽링크 인베스트먼트의 중국담당 컨설턴트인 둥잉(董潁)씨는 "중국은 아직 성숙되지 않는 벤처시장으로 분류되고 있다"며 "고유의 시장을 확보하고 있는 벤처기업이 의외로 많다"고 말했다.

그는 투자물색을 위해 두 달에 한 번은 베이징 상하이(上海) 등을 방문하고 있다.

많은 벤처사업가들은 이르면 연내 선전(深玔)에 설립될 기술주 중심의 제2주식시장(차스닥)을 기다리고 있다.

억만장자의 꿈을 실현시켜줄 것이라는 기대감에서다.

리즈컴의 궈 사장,허름한 아파트에서 만난 양 사장,이허왕의 한 사장 등은 모두 차스닥 등록을 위해 밤잠을 설치고 있다.

중국의 젊은이들은 더 이상 평생고용을 보장한다는 국유기업에 현혹되지 않는다.

그 대신 창업을 위해 중관춘의 지하 창고를 찾는다.

그들이 중국의 정보기술 산업을 만들어가고 있다.

베이징=한우덕 특파원 woody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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