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원화 환율이 달러당 1천1백90원대로 폭등한 것은 분명히 정책당국의 초기 대응 실패다.

이번주 들어 환율이 이상급등 조짐을 보일 때 정책당국은 지난달까지 경상수지흑자가 77억달러에 달하고 이달 들어 외국인 투자자금의 순유입세가 지속되고 있는 점을 들어 외환수급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다시 말해 이번주 들어 환율이 급등하고 있는 것은 심리적 불안과 같은 일시적 요인에 기인하고 있기 때문에 쉽게 안정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문제는 그동안 외환수급이 안정됐다 하더라도 시장참여자들의 심리가 한쪽으로 치우치면 외환수급은 언제든지 흐트러지는 것이 외환시장의 특징이다.

따라서 정책당국이 외환시장을 너무 낙관적으로 판단했던 것이 최근에 환율이 이상 급등하는 주요인이다.

단기간에 환율상승속도가 지나치게 빠르면 초기에 시장에 개입해 환율을 안정시키는 것이 정책당국의 임무다.

현재 원화 환율의 적정수준(실질실효환율 기준)은 달러당 1천1백50∼1천1백60원 정도로 추정된다.

금년 들어 유입된 외국인 투자금의 거래환율이 대부분 1천1백40원 이하 수준이다.

외환거래 비용을 감안하더라도 환율이 달러당 1천1백70원 이상으로 상승하면 국내에 머무를 유인이 없어진다.

더욱이 내년 1월 ''제2단계 외환거래 자유화 계획''을 앞두고 최악의 경우 외국인 자금이탈과 내국인의 자금유출과의 상승작용을 일으킬 가능성도 우려된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정책당국의 시장개입이 필요한 시점이다.

유념해야 할 것은 이미 97년 9월 이후 외환위기 당시에 경험한 바와 같이 최근처럼 정책당국의 어설픈 시장개입은 환율안정 효과를 보지 못하면서 외환보유액만 소진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따라서 정책당국은 현재 추진되고 있는 구조조정 성과에 대해 확신을 갖고 있다면 강력히 시장에 개입해 환율안정 의지를 보여줘야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다.

그렇지 못할 경우 시장에 전적으로 맡겨 시장참여자들의 자율에 의해 환율이 안정을 찾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한상춘 전문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