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3(한.중.일)'' 정상회의 참석차 싱가포르를 방문중인 김대중 대통령은 24일 오전 한.중.일 3국 정상회담을 가진데 이어 오후에는 아세안+3 정상회의에 참석했다.

다음은 두 회의의 주요 내용.

◆ ''동아시아 경제협력체'' 구성을 위한 실천방안 제시 =김 대통령은 이날 아세안+3 정상회의에서 한.중.일과 동아시아국가간 경제협력증진방안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 정상회의 의장성명에 반영시켰다.

김 대통령이 제시한 내용은 △내년 상반기중 정부대표로 구성된 동아시아 연구그룹 설치 △금융위기 예방을 위한 실천프로그램 마련 △정보격차 해소를 위한 동아시아 특별기금 설치 등 세가지다.

김 대통령은 우선 민간 중심으로 운영돼 오던 동아시아 비전그룹(98년 결성)과 함께 정부 차원에서 내년 상반기중 동아시아 연구그룹을 구성하자고 제안했다.

김 대통령은 동아시아 경제협력체제가 구성될 경우 한국과 아세안간 교역량(현재 연간 3백억달러 수준)이 크게 증대되고 동아시아지역의 메콩강 개발과 인도네시아 고속도로 건설 등이 촉진되며 아세안의 석유와 액화천연가스(LNG) 등 자원개발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 대통령은 또 한.중.일과 아세안이 양자간 통화스와프(교환) 협정을 체결하고 동아시아국가간 단기자본 이동 모니터링채널을 가동하며 외환위기 조기경보체제 공동모델을 개발, 활용할 것을 제안했다.

이밖에 김 대통령은 역내 국가간 정보격차 해소를 위해 동아시아 특별기금을 설치할 것을 제의했다.

◆ 한.중.일 3국 정상회담 =김 대통령은 이날 모리 요시로 일본총리, 주룽지 중국총리와 회동을 갖고 주요 관심사를 논의, 경제 통상 등 비정치분야에서 3국간 협력을 대폭 강화하는 것을 골자로 한 5개 항에 합의했다.

이날 회동에서 가장 두드러진 합의는 내년 1월부터 3국간 경제협력 증진을 위한 공동연구에 착수키로 한 점이다.

3국 정상들은 이를 위해 한국의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중국의 국무원발전연구중심(DRC), 일본의 총합연구개발기구(NRIA) 등 연구기관을 지정해 첫 과제로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이후 3국간 무역 및 투자문제를 연구키로 했다.

이번 합의는 한.중.일 3국이 경제블록을 형성할 수 있는 단초가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3국 정상들은 이와 함께 월드컵이 개최되는 2002년을 한.중.일 3국 국민교류의 해로 지정, 서울과 베이징 도쿄 등 3국 수도간 교류를 확대하고 청년지도자간 협력도 강화키로 했다.

싱가포르=김영근 기자 yg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