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구전문업체인 한샘인테리어의 신혼가구팀 정경숙(30) 팀장은 안 가본 나라가 없다.

그는 틈만 나면 유럽 동남아시아 중동 등 세계 각국을 여행한다.

정 팀장이 어느나라에 가든 빠뜨리지 않고 찾는 곳이 있다.

역사유적지와 박물관이다.

"고대나 중세 때의 건축물을 많이 보면 공간감을 키우는데 큰 도움이 됩니다"

그는 "가구라는게 집안에 놓는 물건인 만큼 공간과 조화를 이루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연세대에서 주거환경을 전공한 가구디자이너답게 정 팀장은 공간감을 먼저 강조했다.

실제로 가구디자인은 캐릭터나 패션디자인과는 분명히 다르다.

집 안에서 사람이 쓰는 물건을 디자인하는 것이기 때문에 공간감은 물론 인체공학 등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

그런 만큼 결코 쉽지 않은게 가구디자인이다.

정 팀장은 지난 93년말 한샘에 입사해 줄곧 신혼가구만을 디자인하고 있다.

침대 옷장 화장대 등을 평수가 작은 신혼집에 맞추되 밝고 화려하게 디자인해 왔다.

그는 지난 98년 "체리그릴 침실세트", 99년 "듀오체리 침실세트", 올해 "인텔 화이트 침실세트" 등 매년 인기상품을 디자인해낸 "히트 메이커"이기도 하다.

<> 가구디자이너의 세계 ="가구디자인은 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과 욕구를 가구에 가시화시키는 것이다"(최경란 국제산업디자인대학원 교수)

소비자들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찾아내 디자인 방향을 잡는게 중요하다는 얘기다.

때문에 가구디자인에선 상품을 기획해 디자인 전략을 짜는데 전체 시간의 절반이상을 투입한다.

한샘인테리어 신혼가구팀의 경우 봄 가을 결혼시즌에 맞춰 6개월 단위로 제품을 디자인하는데 이중 3개월은 소비자 욕구와 시장경향을 파악하는데 쓴다.

이를 위해 실제 신혼가정을 방문하거나 신혼주부들을 모아 놓고 설문조사를 벌이기도 한다.

일단 시장조사를 통해 디자인 주제가 잡히면 실제 디자인을 하고 시제품을 만들어 품평회 등을 거치는 것은 2개월 정도 걸린다.

"제품 하나를 내놓을 땐 스트레스도 많지요. 가구의 경우 4~5년 이상씩 사용하는 물건이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고를 때 신경을 많이 쓰거든요. 소비자들의 욕구를 정확히 집어내 디자인하지 못하면 실패하기 일쑤지요"

그러나 정 팀장은 어려운 만큼 보람도 크다고 강조했다.

자신이 디자인한 가구가 소비자들을 만족시키고 새로운 주거환경을 꾸며준다고 생각하면 책임감도 느껴진다고 그는 말했다.

<> 가구디자이너가 되려면 =가구디자이너는 디자인뿐 아니라 인테리어 건축 등을 전공한 사람도 도전할 수 있다.

특히 디자인의 경우 꼭 가구디자인이나 목공예 등을 전공하지 않았더라도 괜찮다.

산업디자인이나 시각디자인을 공부한 사람도 충분히 할 수 있다.

"가구디자이너에게 가장 중요한건 조형감 등 기초입니다. 디자인에 대한 기초만 튼튼하면 어떤 전공자도 가능해요. 또 앞으로 가구디자인은 주거환경이나 인체공학 시각디자인 등의 전문가들이 팀워크를 이뤄 하는 경우가 많아질 겁니다. 가구는 종합적인 디자인 제품이기 때문이지요"

최경란 교수는 가구디자이너야 말로 누구에게나 열린 직업이기 때문에 도전해볼 만하다고 설명했다.

여성들의 경우 무척 유리하다.

가구의 대부분이 집에서 여성이 사용하는 물건이고 어떤 걸 살지를 결정하는 사람도 여성이다.

그런 만큼 소비자 입장에서 불편한 점을 개선하고 필요한 부분을 찾아내는데 유리하다.

최 교수는 "생활수준이 높아지면서 가구의 제품수명은 짧아지고 디자인 욕구는 커져 가구디자이너는 미래 유망직업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차병석 기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