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증시에서 한 가지 재미있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경영상태가 상당히 건전한 기업이 현 주력사업의 미래 전망이 불투명하다고 보고 새 분야에 미래지향적 투자를 하면 여지없이 해당 주가가 대폭락해 버리고 마는 것이다.

이는 분명 새 사업분야의 유망성에 대해 투자자들과 회사 경영진의 견해가 다른데 따른 것이다.

이는 또 사업영역확대가 대주주의 편법 상속이나 회사재산 빼돌리기 등으로 악용된 사례가 적지 않아 투자자들이 이에 대해 거의 조건반사적으로 알레르기 증상을 보이는 때문일 수도 있다.

어찌됐건 근본 이유는 변화가 배태하는 불확실성이다.

특히 현재 별 문제없는 기업이 변화를 시도할 경우 더 좋아지기보다는 더 나빠질 가능성이 높다는 확률적 사고가 작용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잘 나가던 기업이 기존의 핵심 사업을 사실상 대부분 내버리고 완전히 환골탈태, 더 큰 기대를 모으는 세계적 기업이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캐나다 최대의 언론 출판사로 인식되던 톰슨(The Thomson Corp.)이다.

지난해 3만6천명의 직원을 거느리고 6조5천억원 매출에 6천억원 순이익을 올린 시가총액 18조4천억원 짜리 회사다.

이는 1997년에 비해 매출은 3분의 2로, 순이익은 92%로, 그리고 직원수는 80% 수준으로 줄었으면서도 시가총액은 무려 50%나 커진 것이다.

톰슨은 현 케네스 톰슨 회장의 아버지이자 창업주인 로이 톰슨이 40살 때인 1934년 그의 첫 신문사업으로 온타리오주의 티민스 프레스를 인수하며 시작됐다.

그 후 톰슨은 계속 다른 신문사들을 인수하며 1954년 캐나다 최대 신문발행 그룹으로 부상했고 1977년에는 미국 내에서만 하루 100만부의 신문을 발행하게 됐다.

톰슨은 1957년 영국 스코트랜드에서 공중파TV 방송사도 출범시키며 멀티미디어 언론사를 지향하기도 했다.

60년대 중반에는 여행사를 인수하고 70년대 초에는 영국 북해 유전에도 투자하며 문어발식 사업확장 행태를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1976년 창업주가 사망한 바로 이듬해 방송사업에서 손을 뗀 것을 비롯 1989년 북해유전 관련 투자지분을 정리하며 90년대 중반부터는 신문과 여행업에서도 손을 떼기 시작했다.

급기야 작년과 올해엔 산하 1백30여개 신문들을 사실상 모두 처분했다.

캐나다 최대 신문이자 톰슨의 간판 주력상품이었던 글로브 앤드 메일誌 조차도 톰슨이 20% 지분만 지닌 BCE로 곧 이전될 예정이다.

이런 와중에 톰슨은 80년대 후반 법률 및 회계와 세무 정보 전문 출판사 인수를 시작으로 90년대 초반 과학 및 의료정보 전문 DB업체와 교육정보 DB업체 등을 인수하고 올해는 금융정보 업체까지 인수하며 전문 정보업체로 탈바꿈해 왔다.

지난주에는 인터넷 대학교육 사업에도 진출했다.

이제 톰슨의 주력사업은 변호사, 의사, 과학자, 교사, 금융전문가 등 전문가 그룹에 대한 전문 정보와 솔루션 제공업이다.

정보 제공 방식도 종래 종이 인쇄물과 CD롬 등 전자출판물 형태에서 다시 인터넷으로 급속 전환되고 있다.

톰슨은 신문처럼 대중을 상대로 한 정보제공업은 인터넷 시대에 무료매체의 홍수 속에서 도저히 수익을 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대신 정보를 돈주고 사는데 익숙하고 관련 정보를 반드시 보지 않고서는 못배기는 전문가 집단만 상대하기로 했다.

톰슨은 벌써부터 이른바 B2B의 최대 성공사례의 하나로 꼽힌다.

국내 언론사들이 한번쯤 검토해 볼만한 회사다.

전문위원, shindw@hankyung.com 經營博