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들의 아성으로 여겨졌던 관세사 업계에 여성들이 도전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아직까지는 한손으로 꼽을 정도로 적은 수이지만 패기만은 만만찮다.

현재 7백32명이나 되는 관세사가운데 여성 관세사는 4명.

"홍사점(紅四點)"인 셈이다.

지난 88년 성경란 관세사(경기 관세사 법인)가 여성으로 관세사 개업 1호를 기록한뒤 10년간 침묵을 지키다가 지난 98년이후 올해까지 해마다 1명씩의 여성관세사가 등장하고 있다.

관세사 업계에도 "우먼 파워"가 형성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개업한 4명의 여성 관세사들은 모두 관세청에서 최소한 10년이상의 실무경험을 쌓은 사람들이다.

이들은 한결같이 여성 특유의 섬세함과 꼼꼼함을 무기로 영업기반을 늘려가고 있다.

또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남성 관세사들에게 질 수는 없다며 남달리 노력하는 당찬 모습를 보이고 있다.

성경란 관세사는 섬세함과 꼼꼼함,전산업무에 상대적으로 빨리 적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춘 것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성경란 관세사는 "경쟁이 심한 분야에서 13년 동안 일해오면서 개업만 했다가 중도에 그만 두는 여성 관세사를 더러 봤다"며 "기반만 잡으면 수익 기반이 그리 취약한 편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갈수록 경쟁이 심해져가는 추세지만 "관세사는 여성이 도전해 볼만한 일"이라며 "업무도 재미있다"고 소개했다.

98년 10월 사무실을 열어 여성관세사 가운데 두번째 오래된 영업경력을 가진 이규은 관세사(대보 관세사무소)는 김포공항에 터를 잡았다.

구 재무부 관세국에서 출발해 서울세관에서 퇴직하기까지 세관근무 경력이 30년에 이른다.

이 관세사는 IMF 경제위기 직후 개업해 적지않은 어려움을 겪었다.

그역시 "관세사는 해볼만한 일"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98년말 관세청에서 명예퇴직한뒤 지난해 5월 직업을 바꾼 이은주 관세사(청우합동 관세사무소)는 "여성으로서 어려움도 있다"고 솔직히 털어놓았다.

겉으로는 여성에게 별다른 불이익이 주어지지 않는 것같지만 내막을 들여다보면 사정은 다르다고 말했다.

남성위주의 영업관행이 형성돼 있어 거래처를 늘려가는데 적지않은 어려움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담당 업무를 직접 꼼꼼히 챙기고 친절을 무기로 접근하면 길은 열리게 마련"이라며 여성의 장점을 살리는 일이 경쟁력을 키우는 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아직도 명함을 주고 받거나 사무실에서 고객의 전화를 받을 때 여성 관세사라면 놀라는 경우도 많다"며 고객의 고정관념을 깨는 일이 첫번째 과제라고 말했다.

고경혜 관세사(정상 관세사무소)는 개업한지 얼마되지 않아 아직 풀어야할 난제를 몸으로 부딛치며 헤쳐나가고 있는 중이다.

고 관세사는 "기존의 개업사무실이 많아 경쟁이 치열하다"면서 "여성이라고해서 특정 업무를 못할 것도 없지 않느냐"며 자신감을 보였다.

고 관세사는 "수입통관 물량이 앞으로 많아질 것으로 보이며 특히 남북한이 통일되면 관세사의 수요가 더욱 늘어날 것"이라며 멀리 내다보는 기지도 보였다.

허원순 기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