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기업들이 사경을 헤매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벤처기업을 전문적으로 상대하는 부티크 로펌들은 업무 폭주로 활황을 누리고 있다.

상황이 악화되면서 오히려 법률적인 수요는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벤처기업들은 국내 투자자들이 외면해 자금사정이 어려워지자 해외투자자들에게 눈을 돌리고 수익 구조를 해외에서 찾고 있다.

이로인해 국제시장에 밝은 로펌에는 일거리가 몰려들고 있다.

게다가 벤처기업 경영진과 투자자간의 분쟁이 법정소송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급증,벤처전문 로펌이 분주해 졌다.

이에따라 벤처전문 로펌들은 변호사 인력을 대폭 확충하고 있으며 회계법인 등과의 업무제휴를 강화하는 등 맞춤 법률서비스 제공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부티크 로펌의 급성장에 자극받은 기존 로펌들도 벤처 지원팀을 강화하거나 사이버 로펌을 만드는 등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국내 첫 벤처전문 로펌인 법무법인 "지평"은 내년초까지 미국 변호사 2명 등 10명의 변호사를 추가로 영입할 계획이다.

현재 변호사가 16명인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많은 수다.

특히 지평은 최근 벤처기업들의 중국행이 잦아짐에 따라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중국 베이징의 중견로펌인 가윤(嘉潤)율사사무소(J&J Law Firm)와 정식으로 업무제휴 계약을 체결하고 중국 비지니스에 본격적으로 들어갔다.

지평은 이 로펌에 소속된 김선화(35) 중국 변호사를 영입했다.

길림성 출신의 조선족 중국인으로 중국 정법대학 법률학부를 졸업한 김 변호사는 현재 한양대 대학원에서 상법을 공부 중이다.

김 변호사는 한.중 통상문제,국내 기업의 중국 진출 자문,중국 현지소송,국내에 진출한 중국 기업의 법률자문 등을 맡고 중국 특허출원 업무를 가윤과 공조하게 된다.

지평의 양영태 변호사는 "중국 시장을 겨냥한 국내 벤처기업들의 중국행이 늘고 있으나 중국 현지법 등을 제대로 알지 못해 불리한 계약을 맺는 경우가 많다"며 "특히 특허 출원,현지에서의 기업 설립 등에는 세심한 주의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현장 법률서비스 제공을 장점으로 내세우는 IBC는 지난달 장훈 변호사를 새로 영입했다.

판사 출신의 장 변호사는 특허청에서 컴퓨터 프로그램과 특허 실무 과정을 수료했다.

판사시절 음란물 차단 프로그램을 만들어 화제를 일으키기도 했다.

IBC에는 중국어에 능통하고 국제무역과 ABS발행 분야 전문가인 이남권 변호사도 곧 합류할 예정이다.

IBC의 최영익 변호사는 "IT(정보기술)기업들의 해외기술 제휴나 해외 진출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며 "IT기업들의 해외시장 개척에 차질이 빚어지지 않도록 국제관계법과 계약서 등을 철저히 검토하는 등 최상의 법률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벤처전문을 표방한 법무법인 이산과 내일종합도 변호사 영입을 추진하면서 밴처기업에 대한 종합컨설팅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이산은 회계 특허 노무법인과 제휴관계를 맺었다.

내일종합은 이와함께 "네이트 비즈 컨설팅"을 설립,벤처기업 발굴과 투자자 연결 역할을 하고 있다.

기존 로펌들도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법률서비스 수요가 커지고 있는 IT분야의 새로운 수요를 놓칠 수 없기 때문이다.

국내 4대 로펌의 하나인 법무법인 태평양은 종합법률 포털사이트 로앤비(www.lawnb.com.대표 이해완)를 설립하고 사이버로펌 시장에 진출했다.

자본금 5억원인 로앤비는 벤처기업과 중소기업을 위한 기업법무 컨설팅에 특화된 법률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대형 로펌으로는 처음으로 부티크 로펌의 영역에 뛰어든 셈이다.

충정 율촌 광장 등 중견 로펌들도 벤처지원팀의 인력을 강화하고 "벤처기업의 설립에서 글로벌기업까지"를 표방하며 다양한 법률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김문권 기자 m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