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재용 < 美 컬럼비아대 경영학 교수 >

한국 경제의 새로운 원동력으로 주목받던 벤처기업이 최근 코스닥의 침체와 경제위기에 대한 우려로 위축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세계적인 기술력과 비즈니스 모델을 갖춘 벤처기업이라면 지나치게 방어적인 전략으로 전환하기보다 과감한 국제화전략으로 현재의 어려운 국면을 극복해야 한다.

벤처기업이 국내에서의 선도적 지위에 안주하거나,당면한 어려움으로 국제화를 소홀히해서는 안된다.

범세계적 경쟁 하에서 장기적인 생존기반을 확보하지 못하고,국내 시장마저 해외 경쟁기업에 내주어야 하는 상황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신생 기술집약산업에서는 선도기업이 갈수록 시장점유율을 높여 가면서 고이윤을 장기간 향유하는 소위 수익체증현상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산업에서는 기술표준을 주도하는 등의 방법으로 세계시장에서 선도적인 입지를 구축한 소수의 기업을 제외한 나머지 기업은 우수한 기술을 갖고 있어도 생존조차 어려울 수 있다.

자금이나 인력이 부족한 벤처기업이 이러한 범세계적 경쟁에서 뒤지지 않으려면 국제화를 하더라도 ''전략적''으로 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보다 기술이 뒤진 중국이나 동남아시장을 선점하는 것도 중요하지만,장기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고 싶은 기업이라면 기술선도지역에 하루빨리 진출,현지의 자본·기술·인적 네트워크에 진입할 필요가 있다.

이런 점에서 대만 하이테크기업의 국제화 전략은 한국 벤처기업에 많은 시사점을 주고 있다.

대만의 선도적인 벤처기업은 실리콘밸리와의 네트워크를 성공적으로 구축,안정적인 판로를 확보함은 물론 신기술의 신속하고 지속적인 개발을 위한 기반을 공고히하고 있다.

대만의 벤처기업에는 미국에 유학해 현지기업이나 대학에서 경험을 쌓고 귀국한 인재들이 중추적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은 미국의 옛 동료들과의 인적 네트워크를 통해 소속 기업의 국제화에 도움을 주고 있다.

더욱이 상당수의 기업이 초창기부터 실리콘밸리에 연구소를 설립,현지의 중국계 기술인력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또 최근 급증한 현지 중국계기업과의 제휴도 대만 벤처기업의 국제화에 큰 힘이 되고 있다.

실리콘밸리의 중국인들은 대만 벤처기업과의 교류를 활성화하기 위해 ''몬테 제이드(Monte Jade) 과학기술협회''라는 교류의 장을 마련하여 다양한 활동을 전개해 왔다.

그 주요 활동중 하나가 실리콘밸리로의 진입을 희망하는 대만계 벤처기업을 현지의 자본·기술·인적 네트워크에 연결해 주는 일이었다.

한국의 일부 벤처기업도 실리콘밸리에 사무실이나 연구소를 개설했지만 현지 네트워크에 성공적으로 진입하지 못해 활동이 부진한 경우가 많다.

대만의 경험에 비춰 볼 때 현지에서 활동하고 있는 유학생출신을 포함한 교포들을 적극 활용하려는 노력이 부족했던 것이 원인이라고 볼 수 있다.

이들을 고용하여 자율성을 보장하고 적절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한편 현지 기업, 특히 한국계 기업과의 제휴를 모색하는 것이 기술선도지역으로의 벤처 국제화를 향한 지름길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또 이미 국제적 네트워크를 구축해 놓은 국내 대기업과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세계시장에 동반 진출하는 것도 벤처기업이 신속한 국제화를 이룰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중 하나다.

새로 부상하는 기술집약적 산업분야에서 ''궁극적인 승자''가 되기를 원하는 벤처기업에 기술선도지역으로의 신속한 국제화는 선택사항이 아니라 필수적인 과제다.

갈수록 빨라지는 기술진보와,범세계적 경쟁의 추세 속에서 지속적으로 신기술을 개발하고 기술표준을 주도적으로 형성하는 선도기업으로 부상하지 못한다면,한국이나 중국시장을 선점한다고 해도 그 우위가 지속되지 못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오는 12월4∼6일 국내외 벤처기업인 5백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서울에서 열리는 ''한민족 글로벌 네트워크(INKE)2000''은 한국인 벤처기업간 글로벌생태계를 조성,벤처기업에 활력을 불어넣어 주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js721@columbia.ed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