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 민주당 의원 cma2000@polcom.co.kr >

주말마다 거리에 나선 단체 행동으로 주말의 도심은 관통할 엄두를 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지난 주엔 농가부채탕감을 요구하는 농민단체의 시위가 있었다.

과격한 시위대는 어느 지역의 지구당사 유리창을 파손하는 등 대단했던 모양이다.

마치 모두가 우는 아이 젖 한번 더 준다는데 가만있으면 손해지 않느냐는 식이다.

물리력과 불법적 수단이 먼저 동원되다 보니 농민단체의 요구에 대응하는 논쟁도 다분히 감정적이고 대립적이다.

농민이 데모한다고 부채를 탕감해주면,도시서민도 데모하고 나서면 빚을 탕감해줄 거냐? 정치권이 표 얻기에 급급해 선심경쟁이나 하면,결국 빚탕감해 줄 돈은 누구 주머니에서 나가느냐? 등등….

불법적 폭력에는 단호히 대처를 하더라도 도시와 농촌의 더불어 살기가 제대로 논의돼야 할 것 같다.

우리가 먹는 국내 쌀값이 국제가격보다 비싼데 대해서 우리 농업의 낮은 경쟁력을 문제 삼는 주장도 일리는 있다.

그러나 단순히 경쟁력의 관점에서 농촌을 평가할 수만은 없다.

농촌은 ''도시의 비상구''다.

농촌은 도시인에게 휴식처를 제공하고 환경과 생태계를 보존하는 기능을 한다.

논은 홍수때 댐이상의 엄청난 담수기능을 하기도 한다.

환경과 생태계 보존차원에서 농업은 유지돼야 한다.

환경보존 비용이 들듯이 우리가 비싼 쌀을 먹더라도 지속 가능한 개발을 위해 불가피하게 지출해야 하는 사회비용으로 여길 수 있을 것 같다.

농촌에서는 공산물을 제값보다 더 주고 사야 하는 대신, 도시에서 농산물가격이 올라가면 당국은 물가관리정책차원에서 농산물의 가격을 안정시켜 버린다.

그 덕분에 농민은 이익을 볼 기회가 별로 없다.

우리나라 도시와 농촌의 관계는 마치 성공한 남편과 그 뒷바라지를 한 조강지처의 관계와 같다.

신흥공업국으로 성장한 우리나라에서 경쟁력을 갖춘 쪽은 도시고,그 뒷바라지를 하느라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쪽은 농촌이다.

외국에 물건과 기술을 내다 팔아 도시민이 만든 파이를 성장의 그늘에서 뒷바라지 해준 농민들과 더불어 나누어 볼 이해를 가져야 하지 않을까.

도시와 농촌이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지혜가 구조조정의 시기에 필요한 것 같다.

농민도 투쟁만이 능사가 아니라 이해를 구하는 자세가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