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영 < 단국대 경제학 교수 / 상경학부 학장 >

우리 경제는 요즘 주가지수가 연초에 비해 거의 절반으로 떨어졌고,인플레이션 조짐이 보이며,소비자 신뢰도는 낮아지고 있다.

또 외국투자자들은 외면하고,경제성장률은 둔화되고 있으며,통화시장의 불안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기업들이 잇따라 퇴출되거나 도산함으로써 실업률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고,금융부문의 부실은 확대되고 있다.

우리 경제가 또 한번 경제대란 위기에 처할 것으로 보는 사람이 아직은 많지 않다.

하지만 2001년 예상 경제성장률 5%는 당초 추정치의 절반에 불과하며,일부 전문가는 그 이하로 보고 있다.

지금 정부는 이같은 경제현상의 원인을 정확히 파악하여 이를 해결하기 위한 최적의 대응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정부 당국자는 우리의 올해 경제성장률이 9%에 달하고, 또 1천억달러에 육박하는 외환보유고 등의 거시경제 지표로 볼 때,그리 걱정할 상황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97년 말 IMF(국제통화기금) 구제금융을 받기 직전보다 국가재정 상태가 악화되어 있고,대만 등 동남아시아의 통화위기가 우리에게 파급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아무리 거시경제지표를 인용하며 별 문제가 없다고 해 보아야 소용이 없다.

현재 퍼지고 있는 위기감의 근원이 심리적인 것이라면,이러한 심리를 안심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시장이 신뢰할 수 있는 강한 메시지를 전해 주어야 한다.

금융기관들은 일부를 빼고는 심각한 부실을 안고 있고,많은 기업들은 금융경색 현상을 겪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 엎친데 덮친격으로 우리 수출에 효자노릇을 해 오던 반도체가격의 하락 및 1년 가까이 끌어온 대우자동차 문제 등으로 우리 경제는 건강을 해치고 있다.

경제가 이같은 상황이 된 것은 정부 정책의 잦은 번복과,또 정책이행의 지연으로 인한 신뢰상실이 중요한 원인이다.

4월 총선당시 ''추가 공적자금 투입은 없을 것''이라는 몇차례의 공언이나, 현대건설 처리에 있어서 정부의 방침이 이랬다 저랬다 한 점 등이 불신을 낳게 했다.

말로는 ''제2차 구조조정''을 한다고 하지만,지금까지 제대로 진행되고 있는 것은 거의 볼 수 없다.

따라서 내국인뿐만 아니라 외국인들까지도 정부를 신뢰하지 않으려 하는 데 문제가 있다.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인 토머스 프리드먼은 그의 저서 ''The Lexus and the Olive Tree''에서 ''21세기에 가장 중요한 것은 그 나라가 얼마나 깨끗하고 빠르냐 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의 역할은 개인과 기업들이 마음껏 속도를 낼 수 있게 해주는 것이라고 한다.

정부는 경제주체들이 빨리 판단하고 혁신하고 적응하도록 규제를 완화하고,부정부패가 없는 신용사회를 만들어 경제가 신속하고 원활하게 돌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시장원리에 따라 비효율적이고 재생 불가능한 기업은 신속히 퇴출되게 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한다.

우리 정부가 두번씩이나 ''11월''이라는 달을 받아 놓고 퇴출기업을 발표한다는 게 우습다.

날이면 날마다,달이면 달마다,기업이 부실하면 그때그때 퇴출되도록 하는 제도가 필요하다.

그렇게 하자면 정부는 시장의 효율성을 제고시키는 한편 시장의 실패를 보전하는 데 충실해야 한다.

즉 부실 금융부터 신속히 그리고 충분히 털어냄으로써 금융불안을 해소시켜야 한다.

그런 뒤 정부가 금융기관과 기업들이 수익성을 개선하도록 독려해 나가야 한다.

최근 대우자동차 노사가 구조조정계획안에 합의함으로써 우리경제의 전망을 밝게 해주고 있다.

정부는 기업 및 외국투자자들로부터 믿음을 얻어내야 한다.

''구조조정''이라는 대명제를 위해서는 아무리 큰 기업이라도,또 아무리 강력한 노조라도 ''시장원리에 의하여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을 확실히 보여줄 필요가 있다.

각종 압력단체의 시위 등에 무기력한 모습을 보여선 안된다.

정부가 솔직해지고 또 정책을 바꾸는 일 없이,신속하고 철저하게 수행될 때,신뢰는 회복될 것이며 우리 경제 문제도 해결의 실마리를 찾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