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현대자동차 포항제철 등 국내 업종 대표기업들이 내년에 ''수출드라이브''를 걸기로 한 것은 내수경기부진을 해외에서 만회하지 않으면 현상유지도 힘들다는 절박한 상황을 반영하고 있다.

동시에 올 수출실적이 연초 예상보다 좋게 나오면서 기업들이 해외시장경쟁에 상당한 자신감을 갖게 된 것으로 풀이된다.

전자업체들은 반도체 등 주요 품목의 가격이 떨어지는 상황에서도 물량을 최대한 늘려 절대 수출액을 올해보다 10∼20% 가량 늘린다는 방침이다.

삼성경제연구소가 내년 나라 전체의 수출 규모를 올해보다 9.6% 가량 증가한 1천9백50억달러로 전망한 것도 기업들의 수출확대 전략에 근거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물론 국내뿐 아니라 미국 등 해외 주요국들도 경기가 위축되는 추세여서 수출 여건이 썩 좋은 편은 아니다.

국내 주력 수출지역인 동남아 국가들이 경제위기를 맞고 있고 현재로선 반도체 등 주력 품목의 단가도 더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특히 고(高)유가가 지속될 경우 이를 수출가격에 1백% 반영하기도 쉽지 않아 수출 채산성 악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삼성경제연구소 유종언 이사는 "수출 여건이 악화될수록 고부가가치 제품 중심으로 수출을 확대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며 "반도체 통신 등 IT(정보기술) 관련 제품의 수출호조 여부가 무역수지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 신(新)수출 드라이브 =삼성전자가 이건희 그룹회장의 직접 주재로 해외에서 사장단 회의를 가진 것은 국내 기업들이 새해 경영전략과 관련, ''수출''에 얼마나 사활을 걸고 있는지를 웅변한다.

이 회장은 회의에서 "세계 1등이 될 수 없으면 문닫는다는 각오로 사업을 벌여야 회사뿐 아니라 국가경쟁력을 강화하는데 도움이 되는 만큼 일류화를 위해 정진하자"며 수출 증대를 위한 분발을 당부했다는 전언이다.

이런 분위기는 이심전심 다른 기업들에도 공유되고 있다.

현대자동차 포항제철 현대중공업 LG전자 등 대다수 업종 대표기업들이 "내년에는 내수보다 수출"이라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만만찮은 통상 파고를 넘어 수출을 늘리기 위한 대책을 서두르고 있다.

◆ 업종별 전략 =전자업계는 반도체 TFT-LCD(초박막액정표시장치) 휴대폰 등 일류화 제품을 바탕으로 수출을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삼성전자 현대전자 LG전자 등은 이와 함께 CDMA(코드분할다중접속장치) 단말기 등 IT관련 제품의 수출도 강화키로 하고 소비자 기호를 반영한 디자인 제품을 계속 선보이기로 했다.

자동차업계는 미국 유럽 등 주요 시장의 내년 상황이 여의치 않을 것으로 판단, 물량을 늘리기 보다는 수출 차종을 고부가화한다는 신전략을 마련했다.

현대의 경우 과거 아반떼 중심으로 돼있던 수출구조를 싼타페 그랜저XG 트라제XG GK(티뷰론 후속 스포츠카) 등 고부가가치 차량의 수출에 역점을 두기로 했다.

철강업계도 수출 쪽에 부쩍 시선을 던지고 있다.

포항제철의 경우 올해는 일본 등 경쟁국 기업들의 저가 공세로 해외 시황이 안좋자 ''국내 장기고객 관리'' 측면에서 내수 물량을 늘려 배정했었다.

그러나 내년에는 신일본제철과의 제휴에 이어 중국 최대 철강회사인 상하이바오샨(上海寶山)강철공사와도 손잡고 중국시장 진출을 확대하는 등 해외 수출의 저변을 넓혀 나가기로 했다.

이익원 기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