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세계경제는 올해보다 다소 부진할 것이라는게 경제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삼성경제연구소가 최근 발표한 "2001년 경기 전망"에 따르면 내년도 세계경제 성장률은 올해(4.5%)보다 하락한 3.7%, 교역 증가율도 올해(8.9%)에 비해 소폭 둔화된 7.3%에 머물 전망이다.

내년도 한국의 무역업계가 눈여겨 봐야 할 외부 변수로는 국제 유가의 추이, 미국 경제의 연착륙 가능성, 외환시장의 동향 등이 꼽힌다.

무역업계의 우선적인 관심사는 국제유가.

최근 급등세를 보이고 있는 국제 유가는 내년들어서도 27~30달러선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고유가는 원유 수입액을 증가시켜 무역수지 악화의 주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원유 도입단가가 배럴당 1달러 상승하면 경상수지를 10억달러 이상 악화시키는 것으로 분석한다.

미국 경제의 경우 연초 과열 우려까지 제기됐으나 지난 3.4분기 성장률이 예상보다 낮은 2.7%에 그치는 등 경기가 완연한 둔화 국면에 접어들었다.

미국 경제의 성장률 둔화 추세는 내년중 더욱 두드러져 올해 약 5.3%로 추정되는 성장률이 내년에는 3.6%로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유럽 경제도 유가상승 부담과 미국 경제의 둔화에 따른 대미수출 부진 등의 영향으로 금년에 비해 성장세가 약간 둔화된 3.2%의 성장률을 보일 전망이다.

일본의 경우는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중앙은행이 "제로 금리" 정책을 포기, 단계적인 금리 인상 조치를 취할 전망이어서 엔화의 점진적인 강세가 예상된다.

최근들어 급등세를 보이는 등 동요하고 있는 원화는 당분간 현재와 같은 약세를 면키 힘들 전망이어서 수출업체들에는 유리하게 작용할 전망이다.

지나친 급등락을 배제한다면 다른 수출경쟁국 통화의 절하폭을 감안해 달러당 1천2백원 선에서 환율이 조정되는게 바람직하다는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무역업계는 철강, 조선, 자동차 등 분야에서 주요국들과의 통상 마찰 파고가 높아질 가능성에 대해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국 조선업체들을 대상으로 EU(유럽연합)가 선박 저가수주 등을 문제삼아 WTO(세계무역기구)에 덤핑 제소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이 한 예다.

미국 내에서도 보호무역 압력이 다시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미 행정부가 철강 등에 대한 수입 규제를 한층 강화할 태세다.

수입 측면에서는 다소 사정이 나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 유가가 올해와 같이 급상승하지는 않을 전망인데다 국내 업계의 설비투자 증가세도 한풀 꺾이는 추세여서 자본재 수입 증가세가 대폭 둔화될 전망이다.

하지만 수입선 다변화 제도의 폐지 등으로 인해 소비재 수입은 크게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수출 못지않은 수입 경기의 전반적인 둔화 덕분에 내년에도 무역 흑자는 가능할 전망이다.

다만 고유가와 반도체 가격 하락, 미국 등 세계경기의 둔화 등으로 흑자 규모는 1백억달러 내외를 기록, 올해 수준에는 못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