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IT 강국을 가다] (4) '미국' .. <1> 벤처캐피털의 힘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실리콘밸리 서쪽을 가로지르는 ''프리웨이 280''.
미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으로 불리는 이 고속도로 중간쯤에 ''샌드힐 로드''란 길이 있다.
이 길을 따라 동쪽으로 1㎞쯤 가면 3000번지가 나타난다.
울창한 숲에 뒤덮인 4채의 2층짜리 오피스 빌딩이 자리잡고 있는 이곳은 샌드힐 3000번지로 불리며 휴렛팩커드(HP)가 창업한 창고건물과 함께 실리콘밸리의 대표적인 상징물로 꼽힌다.
HP의 창고가 실리콘밸리의 탄생을 보여주는 곳이라면 이곳은 실리콘밸리의 발전을 이끌어간 원동력을 제공한 곳으로 평가된다.
바로 실리콘밸리를 이끌어가는 가장 중요한 세력의 하나로 손꼽히는 벤처캐피털들이 몰려있기 때문이다.
이곳에는 시콰이어 시에라 브렌트우드 멘로벤처 등 세계적인 벤처캐피털이 입주해 있다.
90여개 입주업체 가운데 25% 이상이 벤처캐피털이다.
벤처캐피털인 클라이너 퍼킨스 코필드 바이어스(KPCB)의 창립자이며 이 회사의 제너럴 파트너로 일하는 토머스 퍼킨스씨는 "한지붕 아래 이처럼 많은 벤처캐피털이 모여 있는 곳은 세계에서 이곳이 유일하다"고 말한다.
KPCB는 현재 샌프란시스코에 자리잡고 있지만 지난 72년 벤처캐피털로서는 처음 이곳에 입주했었다.
이곳의 벤처캐피털들은 서로 정보를 교환하고 벤처기업에 함께 투자하는 등 ''벤처 집합지로서의 이점''을 톡톡히 누리면서 실리콘밸리의 성장을 이끌어가고 있다.
벤처캐피털의 투자는 미국 주식시장이 약세로 접어든 지난 4월 이후에도 위축되지 않고 있다.
3.4분기중 미국 벤처캐피털이 벤처기업에 투자한 자금은 1백76억달러(미국 컨설팅업체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 집계)에 이른다.
이는 한국의 올해 경상수지 흑자 77억달러(한국은행 통계)의 2배가 넘는 규모이다.
벤처투자가 최고 절정에 이르렀던 지난 2.4분기의 1백98억달러에 비해서는 다소 줄었지만 지난해의 2배 수준으로 늘어난 것이다.
이번 조사결과를 분석한 트레이시 레프터오프씨는 "나스닥의 추락은 벤처캐피털 시장에서는 찻잔 속의 태풍에 지나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실리콘밸리 지역만 보면 3.4분기 벤처투자는 거의 줄어들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3.4분기중 실리콘밸리 지역 벤처기업에 투자된 자금은 69억5천만달러로 2.4분기의 69억9천만달러에 비해 겨우 0.5% 줄어드는데 그쳤다.
실리콘밸리가 세계 정보기술(IT) 산업을 선도하는 지위를 차지하게 된 것은 풍부한 기술인력 못지않게 벤처캐피털이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된다.
스탠퍼드대학과 UC버클리 등 이 지역의 대학이 배출하는 고급 인력들이 획기적인 기술을 개발하고 벤처캐피털은 이 기술을 사업화하도록 지원하는 구조를 갖췄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대학이 자동차의 엔진이라면 벤처캐피털은 자동차를 굴리는데 필요한 기름인 셈이다.
세계 최고의 인터넷사이트 야후의 사례를 보면 벤처캐피털이 벤처기업의 성장에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알 수 있다.
야후의 창업자 제리양은 스탠퍼드대학원 재학시절 동료 데이비드 파일로와 함께 취미삼아 이 기술을 개발했다.
그러나 제리 양이 이 기술을 사업화하도록 이끈 것은 벤처캐피털리스트인 소프트뱅크 손정의 사장과 시콰이어 마이클 모리츠 파트너였다.
이들은 사업자금을 대주고 회사를 꾸려갈 경영진을 구해 주는 등 야후의 성장을 결정적으로 뒷받침했다.
벤처캐피털이 이처럼 첨단기술기업의 성장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은 자금 이상의 것을 지원하기 때문이다.
암벡스벤처그룹의 릭 훌리한 전무는 "투자 기업의 사후 지원이 벤처캐피털의 가장 중요한 기능"이라고 말한다.
자금 지원은 물론 경영전략에 대해 자문하고 제품을 판매할 수요처를 발굴해 주며 필요하면 우수한 경영자를 데려오는 것이다.
또 벤처캐피털리스트들은 자신이 투자한 회사의 비상임 이사로 경영에 참가, 끝까지 보살피는 역할을 한다.
KTB네트워크 미국지사의 윤승용 지사장은 "벤처캐피털리스트들은 투자업체를 선정하는데 보내는 시간보다 투자업체를 지원하는데 쏟는 시간이 5배 정도 많다"고 소개했다.
그는 이 점이 한국과 미국 벤처캐피털의 결정적인 차이라고 설명했다.
실리콘밸리=정건수 특파원 kschung@hankyung.com
---------------------------------------------------------------
[ 특별취재팀 ]
<> 정보과학부 : 김철수 송대섭
<> 벤처중기부 : 김태철
<> 영상정보부 : 김영우 김병언
<> 특파원 : 양승득(도쿄) 정건수(실리콘밸리) 육동인(뉴욕) 한우덕(베이징)
미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으로 불리는 이 고속도로 중간쯤에 ''샌드힐 로드''란 길이 있다.
이 길을 따라 동쪽으로 1㎞쯤 가면 3000번지가 나타난다.
울창한 숲에 뒤덮인 4채의 2층짜리 오피스 빌딩이 자리잡고 있는 이곳은 샌드힐 3000번지로 불리며 휴렛팩커드(HP)가 창업한 창고건물과 함께 실리콘밸리의 대표적인 상징물로 꼽힌다.
HP의 창고가 실리콘밸리의 탄생을 보여주는 곳이라면 이곳은 실리콘밸리의 발전을 이끌어간 원동력을 제공한 곳으로 평가된다.
바로 실리콘밸리를 이끌어가는 가장 중요한 세력의 하나로 손꼽히는 벤처캐피털들이 몰려있기 때문이다.
이곳에는 시콰이어 시에라 브렌트우드 멘로벤처 등 세계적인 벤처캐피털이 입주해 있다.
90여개 입주업체 가운데 25% 이상이 벤처캐피털이다.
벤처캐피털인 클라이너 퍼킨스 코필드 바이어스(KPCB)의 창립자이며 이 회사의 제너럴 파트너로 일하는 토머스 퍼킨스씨는 "한지붕 아래 이처럼 많은 벤처캐피털이 모여 있는 곳은 세계에서 이곳이 유일하다"고 말한다.
KPCB는 현재 샌프란시스코에 자리잡고 있지만 지난 72년 벤처캐피털로서는 처음 이곳에 입주했었다.
이곳의 벤처캐피털들은 서로 정보를 교환하고 벤처기업에 함께 투자하는 등 ''벤처 집합지로서의 이점''을 톡톡히 누리면서 실리콘밸리의 성장을 이끌어가고 있다.
벤처캐피털의 투자는 미국 주식시장이 약세로 접어든 지난 4월 이후에도 위축되지 않고 있다.
3.4분기중 미국 벤처캐피털이 벤처기업에 투자한 자금은 1백76억달러(미국 컨설팅업체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 집계)에 이른다.
이는 한국의 올해 경상수지 흑자 77억달러(한국은행 통계)의 2배가 넘는 규모이다.
벤처투자가 최고 절정에 이르렀던 지난 2.4분기의 1백98억달러에 비해서는 다소 줄었지만 지난해의 2배 수준으로 늘어난 것이다.
이번 조사결과를 분석한 트레이시 레프터오프씨는 "나스닥의 추락은 벤처캐피털 시장에서는 찻잔 속의 태풍에 지나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실리콘밸리 지역만 보면 3.4분기 벤처투자는 거의 줄어들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3.4분기중 실리콘밸리 지역 벤처기업에 투자된 자금은 69억5천만달러로 2.4분기의 69억9천만달러에 비해 겨우 0.5% 줄어드는데 그쳤다.
실리콘밸리가 세계 정보기술(IT) 산업을 선도하는 지위를 차지하게 된 것은 풍부한 기술인력 못지않게 벤처캐피털이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된다.
스탠퍼드대학과 UC버클리 등 이 지역의 대학이 배출하는 고급 인력들이 획기적인 기술을 개발하고 벤처캐피털은 이 기술을 사업화하도록 지원하는 구조를 갖췄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대학이 자동차의 엔진이라면 벤처캐피털은 자동차를 굴리는데 필요한 기름인 셈이다.
세계 최고의 인터넷사이트 야후의 사례를 보면 벤처캐피털이 벤처기업의 성장에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알 수 있다.
야후의 창업자 제리양은 스탠퍼드대학원 재학시절 동료 데이비드 파일로와 함께 취미삼아 이 기술을 개발했다.
그러나 제리 양이 이 기술을 사업화하도록 이끈 것은 벤처캐피털리스트인 소프트뱅크 손정의 사장과 시콰이어 마이클 모리츠 파트너였다.
이들은 사업자금을 대주고 회사를 꾸려갈 경영진을 구해 주는 등 야후의 성장을 결정적으로 뒷받침했다.
벤처캐피털이 이처럼 첨단기술기업의 성장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은 자금 이상의 것을 지원하기 때문이다.
암벡스벤처그룹의 릭 훌리한 전무는 "투자 기업의 사후 지원이 벤처캐피털의 가장 중요한 기능"이라고 말한다.
자금 지원은 물론 경영전략에 대해 자문하고 제품을 판매할 수요처를 발굴해 주며 필요하면 우수한 경영자를 데려오는 것이다.
또 벤처캐피털리스트들은 자신이 투자한 회사의 비상임 이사로 경영에 참가, 끝까지 보살피는 역할을 한다.
KTB네트워크 미국지사의 윤승용 지사장은 "벤처캐피털리스트들은 투자업체를 선정하는데 보내는 시간보다 투자업체를 지원하는데 쏟는 시간이 5배 정도 많다"고 소개했다.
그는 이 점이 한국과 미국 벤처캐피털의 결정적인 차이라고 설명했다.
실리콘밸리=정건수 특파원 kschung@hankyung.com
---------------------------------------------------------------
[ 특별취재팀 ]
<> 정보과학부 : 김철수 송대섭
<> 벤처중기부 : 김태철
<> 영상정보부 : 김영우 김병언
<> 특파원 : 양승득(도쿄) 정건수(실리콘밸리) 육동인(뉴욕) 한우덕(베이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