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he Economist 본사 독점전재 ]

블라디미르 푸틴은 약 1년전 러시아 대통령이 됐다.

당시 대부분의 러시아인들은 KGB출신 젊은 대통령의 등장에 호의적인 편이었다.

푸틴의 등장 이후 침체를 면치 못했던 러시아 경제는 최근 들어 차츰 활기를 띠고 있다.

임금체불에 시달리던 공공부문의 근로자들은 이제 제때 임금을 받고 있다.

푸틴은 러시아 전체에 만연해 있던 부패와의 전쟁도 선포했다.

그러나 현재 상황에서 러시아가 본격적인 개혁의 길로 들어섰다고 속단하기에는 이르다.

러시아는 아직 총체적인 난국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태라는 게 대체적인 진단이다.

분명한 것은 푸틴이 현재의 상황을 타개해 나갈 기회를 맞이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푸틴이 아직 보다 폭넓은 시장자유화 계획과 정치적 자유를 허용할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점은 우려할 만한 대목이다.

낙관론자들은 경제에 초점을 맞춘다.

이들은 공산주의가 붕괴한 이후 개혁에 대한 가장 강력한 전망을 푸틴에게서 발견한다.

전례 없이 의회와 대통령이 같은 보조를 취하고 있다.

얼마전 내년도 예산안이 큰 충돌없이 의회를 통과한 것이 좋은 예다.

연금과 세제 개혁안도 급류를 타고 있다.

푸틴은 러시아의 개혁을 가속화할 세계무역기구(WTO)의 가입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대외관계에서도 푸틴은 얼마전 영국의 토니 블레어 총리와 회동,우호협력 관계를 약속하는 등 활발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의심스런 부문들은 여전히 남아 있다.

최근의 경제상황 호전도 따지고 보면 높은 국제원유가와 2년전 경제위기 때 단행됐던 루블화의 평가절하가 주원인이다.

러시아에 대한 외국인투자는 여전히 미미한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 실정이다.

기업활동에 있어서의 부패와 관료주의 불법 폭력 등도 아직 상존해 있다.

만약 경제가 재빠른 회복세를 보여주지 못한다면 푸틴은 서방측의 지도자들로부터 등을 돌리고 수구세력들에게로 돌아가야 할지도 모른다.

외교정책의 전망에 대한 걱정거리도 여전히 남아 있다.

그의 정책은 기본적으로 서방세계를 적극적으로 끌어안는 것이지만 러시아내 소수민족 문제 등 그의 앞에 가로놓인 걸림돌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체첸 문제도 그에겐 골칫거리중 하나다.

그러나 무엇보다 우려할 만한 점은 푸틴 자신이 국가의 효율성을 위해선 민주주의와 인권은 억압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실제로 그는 그에 대해 비판적인 언론인이나 기업가들을 적,심지어는 매국노로 종종 간주하곤 한다.

그는 러시아를 준법국가로 만들고 싶다고 얘기하지만 실제론 반대자들을 탄압하기 위한 도구로 종종 법을 사용하는 것처럼 보인다.

단적인 예로 보리스 옐친 대통령 시절 정치적으로 큰 영향력을 행사하던 러시아 최대 부자 두 명은 현재 가택연금을 당하고 있다.

이러한 점들을 종합해 보면 지금까지 푸틴의 행보는 모호한 점이 적지 않다.

그렇지만 러시아의 정치적 다원주의는 이전보다 확실히 보장을 받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중산층이 새로운 계층으로 자리잡고 있는 이 나라가 과거의 전체주의로 회귀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인터넷 등 첨단문명의 보급과 젊은이들의 지식에 대한 열기도 러시아를 보다 새로운 나라로 바꾸어 나가고 있다.

푸틴은 똑똑하며 습득이 빠른 사람이다.

정치적인 다원주의와 새로운 부의 창조가 러시아에서 병행될 수 있을지 세계는 주목하고 있다.

정리=김재창 기자 char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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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영국의 경제전문지 이코노미스트 최근호 사설을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