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 압박으로 인해 세계적 금융위기가 촉발될 것이라는 비관적 시각이 확산되고 있다.

미국경제의 경착륙과 독일 등 유럽경제의 둔화조짐이 강해지면서 이같은 우려는 더욱 증폭되는 분위기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29일 국제금융시장의 신용경색현상,주가폭락,아르헨티나 등 일부 개도국의 디폴트(채무상환불능)위기 등으로 전세계적인 금융위기가 발생할 위험이 고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미 금융기관들이 대출기준을 강화하고 있는 데다 채권시장에서 고수익 회사채의 가산금리가 지난 98년 롱텀캐피털매니지먼트(LTCM)의 파산위기때보다 더 높아지는 등 이상징후를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이같은 신용경색 조짐으로 심각한 경기둔화가 유발될 수 있다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실제 미경제는 지난 3·4분기 4년 만에 최저수준인 2.4% 성장에 그쳐 경착륙 우려를 높였다.

유로존의 최대 경제국인 독일의 3·4분기 성장률도 1년 만에 최저치인 0.6%로 내려앉는 등 전세계적인 경기동반침체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영국의 HSBC은행은 올해 5%로 예상되는 미경제성장률이 내년에는 2%로 추락,경기급랭이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미경기 급랭으로 대미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 등 아시아국가들의 수출증가율이 내년에 거의 제로가 되면서 아시아경제가 심각한 상황에 직면할 것으로 보고 있다.

월가에서는 미경제의 신용경색과 경착륙여부는 결국 연준리(FRB)에 달려있다며 내년 초 FRB가 금리를 내려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반면 일부 낙관론자들은 미기업들의 재무상태가 건실하기 때문에 신용경색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메릴린치의 수석이코노미스트인 브루스 스타인버그는 "미경제는 앞으로 3∼4%의 안정적인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영태 기자 p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