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념 재정경제부 장관은 30일 "최근 우리 경제는 상당히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 있다"면서 "이를 제대로 극복하지 못하면 위기가 현실화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또 "향후 6개월이 우리경제의 도약과 좌절을 판가름하는 중대한 시기가 될 것"이라면서 "위기의식을 가지고 개혁을 마무리 하는 한편 새로운 도약을 위한 국민적 에너지를 재결집하는 게 절실히 요구된다"고 말했다.

재경부 장관이 "위기가능성"을 직접적으로 언급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진 장관은 이날 오후 프레스센터에서 관훈클럽 주최로 열린 토론회에서 "국제통화기금(IMF)3년과 한국경제"라는 주제의 연설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진 장관은 우선 "현재 외형상 드러나는 경제지표는 호조세를 보이고 있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실물부문의 하부구조는 상당히 취약하다"고 진단했다.

구체적으로는 산업.지역.계층간 성장격차가 심화되고 있고 건설업과 유통업 등의 침체로 지방경제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고 봤다.

또 증시침체,구조조정 지연 등으로 투자.소비에 대한 심리적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와함께 기업.금융부문 등에 아직도 도덕적해이(모럴해저드) 현상이 만연하고 있고 신용도가 낮은 기업들은 회사채나 기업어음을 제 때 발행하지 못하는 등 자금경색 현상이 여전하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외환위기에서 벗어났다는 인식으로 사회적 긴장이 이완됐으며 집단이기주의와 대립적 노사관계가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새로운 풍토로 자리잡고 있다고 문제를 지적했다.

진 장관은 중남미 국가들이 외환위기 극복 이후 다시 환란을 겪었다는 사례를 들며 "우리도 IMF체제 3년차 증후군을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남미 국가들의 환란 재발 원인은 <>스스로의 자만과 장미빛 환상 속의 거품 <>완전하게 개혁되지 못한 경제 <>정치논리가 지배하는 경제(여러차례 반복된 선거) <>뿌리깊은 부정부패(정경유착과 부정부패는 각종 경로로 환란위험을 키움) <>금융시스템의 수술미흡(체질이 약한 경제는 국제 금융투기꾼들의 놀이터) 등으로 분석했다.

김인식 기자 sskis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