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통화불안에 영향을 받아온 한국과 대만 통화가 이번엔 거꾸로 아시아 지역 전반의 통화불안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대만의 대만달러화 환율은 30일 한국 원화와 함께 개장초부터 폭등세를 기록, 19개월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대만 중앙은행은 대만달러가 한때 달러당 33.185대만달러까지 오르자 시장 개입을 단행했다.

이 여파로 동남아 통화도 일제히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인도네시아 루피아화 환율은 심리적 지지선인 9천5백루피아선 위로 올라서 달러당 9천5백30루피아에 거래됐다.

태국 바트화 환율도 저항선인 달러당 44바트선을 위협했다.

외환딜러들은 "동남아 통화불안이 동북아 통화를 흔들고 다시 동남아 통화로 파급되는 도미노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시중은행의 한 딜러는 "한국과 대만이 아시아 통화의 움직임을 주도하는 양상"이라며 "일본의 외환거래자들도 원화와 대만달러의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10월 필리핀의 정치불안으로 페소화 환율이 치솟자 태국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한국 등으로 전염된데 이어 이번엔 한국과 대만발 환율불안이 동남아국가들을 엄습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외국계 은행의 딜러는 "원화환율 폭등사태는 외환시장 자체의 수급보다는 노사 불안과 구조조정 지연 등으로 한국경제에 대한 외국인의 전망이 비관적으로 변한데 따른 것"이라며 "원화환율이 동남아 통화의 향방을 결정하는 만큼 당국의 철저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