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도 울고 사람도 울었다.

남북한의 이산가족이 두번째로 교환방문을 한 30일,서울과 평양에서 반세기만에 상봉한 이산가족들은 쉽사리 통곡을 그치지 못했다.

이날 평양 고려호텔에서 이뤄진 단체상봉에서 우리 나이로 올해 1백살의 유두희 할머니는 50년만에 만난 큰아들 신동길씨(75)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울고 또 울었다.

"살아있었구나,아들아,내 아들아." 백발의 아들은 청력이 나빠진 어머니의 치마폭에 얼굴을 묻고 "어머니,어머니"라며 목을 놓았다.

남측 방문단의 명용덕씨(83)씨는 지난 1950년 11월 피난길에 올랐다가 폭격에 부서진 대동강 다리를 함께 건너지 못하고 돌려보냈던 부인 이덕실씨(78)와 아들,딸을 만나 "미안하다"는 말만 되뇌었다.

또 지난 8월15일 1차 상봉때 1백9세 노모가 생존한 줄 알았다가 나중에 사망한 것으로 확인돼 방북이 무산될 뻔한 장이윤씨에게 방북기회를 양보했던 우원형씨(65)도 동생들과 해후했다.

눈물겨운 상봉은 이날 오후 서울 센트럴시티 6층 밀레니엄홀에서 이뤄진 북측 방문단과 남측 가족의 단체상봉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북측의 아들 정재갑씨(66)를 만난 노모 안준옥씨(88)씨는 아들의 손을 꼭 쥔 채 "증조부댁에 심부름갔던 네가 이제서야 왔느냐"며 오열했다.

또 결혼한지 몇달만에 인민군에 끌려가는 바람에 임신중이던 부인 김필화씨(68)와 생이별했던 조민기씨(65)도 부인을 끌어안고 너무나 길었던 이별의 회한을 달랬다.

이에 앞서 제2차 남북이산가족 교환방문단에 뽑힌 양측 이산가족 2백명은 이날 남측 대한항공편으로 서해 직항로를 거쳐 서울과 평양에 도착,꿈에도 그리던 가족들과 50년만에 상봉했다.

봉두완 대한적십자사 부총재를 단장으로 한 1백51명의 남측 방문단은 당초 이날 오전 9시 김포공항을 출발할 예정이었으나 평양 순안공항의 짙은 안개로 인해 출발이 3시간 45분 가량 늦어졌다.

이에 따라 장재언 북한적십자회 중앙위원장을 단장으로 한 1백36명의 북측 방문단의 서울도착도 지연돼 서울에서의 단체상봉은 오후 5시30분쯤에야 시작됐다.

남북 방문단은 이날 저녁 각각 평양시 인민위원장과 한적이 주최한 환영만찬에 참석한 뒤 평양과 서울에서의 첫밤을 보냈으며 1일에는 숙소인 고려호텔과 롯데월드호텔 객실에서 두차례의 개별상봉 및 가족공동 오찬 등으로 하루를 보내게 된다.

서화동 기자.평양공동취재단 fireboy@hankyung.com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