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광옥 청와대 비서실장이 30일 "정기국회후 당정을 개편할 수 있다"고 언급한 것은 김대중 대통령의 ''의중''을 담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당정개편의 시기와 폭에 대해선 여권내부에서 마저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이날 한 실장이 말한 ''당정개편''속에는 몇가지 전제가 깔려 있다.

당정을 개편한다면 오는 9일로 예정된 정기국회 폐막후가 될 것이며 김 대통령이 광범위한 여론수렴을 거친뒤 할 것이라는게 한 실장의 설명이다.

한 실장은 "고칠 것이 있으면 고치고,개편할 것은 고친다는게 김 대통령의 현재까지의 심정이고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 대통령의 ''지침''이 있었음을 암시하는 말이다.

청와대가 이같이 당정쇄신을 통해 정국을 안정시키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은 김 대통령의 6박7일간(11월23-29일)의 해외순방 기간동안 국내에서 국정이 위기국면을 맞고 있다는 지적과 함께 여권이 특단의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했기 때문이다.

한 실장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김 대통령이 여론을 잘 알고 있다"고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 실장은 "언론가 막혀 있다"는 지적에 대해 "그런 적이 없다"고 잘라 말하고 "김 대통령은 국내 사정에 대해서 너무 잘 알고 있다는 것을 오늘(30일)보고하면서 새삼 느꼈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당정개편은 언제쯤 이뤄질까.

한 실장이 딱부러지게 시기를 언급하지 않았다.

한 실장은 "정기국회가 끝난 뒤"정도로만 언급했다.

빠르면 12월 중순 쯤이 될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해진다.

그러나 이보다 다소 늦어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한 실장은 당정개편을 언급하면서 토를 달았다.

그는 "현재 중요한 것은 기업과 금융의 구조조정이다.

여기에 온 정성을 쏟아야 한다는 것이 김 대통령의 생각"이라고 부연 설명했다.

당정 개편보다는 국정개혁이 우선이라는 얘기다.

더욱이 여야는 정기국회가 끝난뒤 곧바로 임시국회를 소집할 가능성이 있다.

한빛은행 불법대출 사건을 다룰 국정조사를 실시하고,정기국회에서 처리하지 못한 개혁법안을 처리하기 위해서다.

여야가 임시국회에서 또다시 갈등을 빚을 경우 임시국회 후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올연말이나 내년초로 넘어갈 수 있다는 얘기다.

김 대통령이 단행할 당정개편의 폭도 관심사다.

현재까지 여권의 어느누구도 구체적인 개편의 ''밑그림''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때문에 소폭이냐,대폭이냐를 점치기는 아직 이르다.

그러나 여러 정황으로 볼때 대폭이 될 것이라는 것이 여권내의 일반적인 관측이다.

국정개혁과정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목소리를 수렴하지 못한 것은 결국 여권의 정치력이 부족하기때문이라는 것.

이때문에 청와대 비서실장과 핵심 수석비서관,민주당의 당 대표와 사무총장 정책위의장등 여권의 핵심 ''포스트''들을 교체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벌써부터 민주당 3역을 포함한 당 간부들이 일괄 사표를 낼 것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

이런 시나리오대로 진행된다면 당과 청와대의 대폭적인 물갈이와 함께 자연스럽게 행정부쪽도 미조정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소폭이 될 것이라는 의견도 없는 것은 아니다.

여권의 한 고위관계자는 "지나친 위기상황을 조장하는 것은 사태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대폭적인 당정개편 자체가 위기감을 조장하는 것이라는 해석이다.

그는 "지금과 같은 국론분열상황에서는 어떤 사람이 당정을 이끌어도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여론에 쫓겨 국정쇄신책의 마지막 카드인 당정개편을 서둘러 단행하지 않겠다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경제가 국내외적 요인으로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면서 "그러나 그럴때일수록 기업과 금융 공공 노사등 4대개혁을 다그쳐야 하며 현재 특단의 대책을 내놓아야 할 정도로 어려운 상황은 아닌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대통령이 30일 전윤철 기획예산처장관으로부터 한전사태에 대한 업무보고를 받고,경기도(1일)와 강원도(2일)에 대한 업무보고 일정을 예정대로 진행키로 한 것도 여유있게 국정운영에 임하겠다는 뜻으로 봐야 한다는게 이 관계자는 설명이다.

당정 개편의 폭이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보는 까닭이다.

김영근 기자 yg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