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육의 정 앞에는 병마(病魔)도 어쩔 수 없는가 보다.

당뇨병과 뇌졸중후유증 고혈압 심부전증 등이 겹쳐 의식조차 가물거리던 운보 김기창(87) 화백이 최근들어 사람을 알아볼 만큼 회복됐다.

애타게 그리던 동생 기만(71)씨를 반세기 만에 만날 수 있다는 설렘이 그에게 힘을 불어넣은 것 같다.

"아버지가 말은 못하셔도 사람은 알아보십니다. 작은 아버지가 서울에 온다는 소식을 들은 뒤 갑자기 회복돼 수화로 ''매우 기분 좋다''는 표현을 자주 하십니다"

김 화백의 아들 김완(51)씨는 30일 병석에 누워있는 아버지의 모습을 바라보며 그나마 다행이라고 말했다.

김 화백과 동생의 만남은 김 화백이 입원해 있는 삼성서울병원에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개별상봉이 있는 1일에는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한적십자측은 "김 화백의 형제상봉에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는 만큼 꼭 만날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다.

김 화백 형제는 지난 51년 사상적 차이로 이별해야 했다.

운보는 처가가 있는 전북 군산으로 피한 반면 기만씨와 막내 여동생 기옥(74)씨는 38선을 넘었다.

기만씨는 북한에서 공훈예술가로 활동중이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