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백지영의 ''사생활''을 담은 비디오테이프 사건으로 세간이 떠들썩하다.

''몰래카메라냐 아니냐''''몇명 더 있다''….

루머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진위는 알 수가 없다.

그러나 인체의 은밀한 곳을 훔쳐보고 싶어하는 사람의 속성이 다시 한번 확인된 셈이다.

패션의 역사도 성(性)과 관계가 깊다.

옷을 통해 성적인 매력을 과시하고 호기심을 충족시켰던 사례는 수두룩하다.

르네상스시대의 남성패션이 대표적인 사례다.

당시 남성들은 바지 앞트임에 ''급소와 똑같은 모양''의 주머니를 달고 다녔다.

''남성의 힘''을 옷을 통해 보여주려고 한 것.

잘 벗는 것이 최고의 패션이었던 때도 있었다.

18세기말 프랑스 혁명기때 자코뱅당이 무너진후 여성들 사이에 ''벗는 패션''이 유행했다.

자코뱅당의 압박에서 벗어난 파리 여성들이 오랜만에 맛보는 자유에 흠뻑 빠져 별난 유행을 만들어냈던 것이다.

몸을 죄었던 코르셋과 페티코트를 벗었다.

속옷까지도 벗어던졌다.

속이 훤히 비치는 얇은 드레스 한장이 고작이었다.

의상의 무게가 16g을 넘지 않았다고 한다.

18세기의 노출패션은 20세기에 들어오면서 ''시 스루 룩''(See-through Look)으로 다시 태어났다.

시 스루 룩은 오간자나 쉬폰등 얇은 천으로 만든 옷을 입어 피부를 드러내 보이는 복장을 말한다.

패션쇼 무대에 오르는 모델들의 속옷은 제한돼 있다.

브래지어는 대개 입지 않는다.

가는 끈으로 만든 스트링팬티만 입는다.

시 스루 룩이 패션쇼에 첫선을 보인 60년대초 누드에 가까운 모델들의 등장은 엄청난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시 스루 룩은 이제 디자이너들이 가장 즐겨 다루는 주제가 됐다.

여성스러움과 섹시함이 화두인 21세기 패션에서 빼놓을 수 없는 트렌드로 꼽힌다.

조르지오아르마니,베르사체,질샌더등 세계적인 디자이너들은 시즌마다 노출패션을 선보인다.

그들은 짧은 치마에 망사로 만든 셔츠,하늘하늘한 거즈천으로 만든 원피스등 시스루 룩을 내놓는다.

내년 봄에는 벗는 강도가 더 심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해변에서나 볼 수 있었던 비키니패션이 평상복화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올 정도다.

세월이 흐르면 노출패션도 대중화될 수 있다.

그러나 누드패션을 즐길수 있는 부류는 아직까지 제한돼 있다.

할리우드 배우나 톱모델등이 고작이다.

유명 여배우들은 아슬아슬한 복장으로 나타나 아름다움을 과시한다.

''훔쳐보고 싶다''는 팬들의 욕망도 충족시켜 준다.

본인도 이를 원한다.

따라서 누드패션이 시비에 휘말릴 이유는 전혀 없다.

s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