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증권가에서 투신사들은 기관투자가로서의 역할을 거의 하지 못한다.

투신사들을 어려움에 빠뜨리고 심지어는 유동성 위기설까지 나돌게 하는 핵심 요인은 바로 하이일드펀드와 CBO(후순위채)펀드에 편입돼 있는 투기채다.

펀드의 만기가 돌아오면 편입하고 있는 채권 등을 내다팔아 이를 투자자들에게 돌려주는게 원칙이다.

하지만 하이일드펀드에 들어있는 투기등급채권과 CBO펀드에 들어있는 후순위채는 사줄 곳이 아무데도 없다.

금융회사등 기관투자가들은 국공채와 통안채 외엔 관심이 없다.

투신사들은 돈을 찾으려는 투자자들에게 우선 현금을 지급하고 팔리지 않은 채권을 떠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문제는 이렇게 떠안게 될 채권이 엄청나다는 데 있다.

내년3월말까지 돌아오는 하이일드 및 CBO펀드 규모는 11조5천억원이다.

이중 시장에서 소화되지 않을 부실채권이 5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사정이 이렇게 돌아가자 투신권 안팎에선 투기채 문제 및 투신사 위기를 잠재울 묘안을 마련하느라 분주하다.

''연기금에서 투기채를 일부 인수해달라''(투신협회) ''무기명채권을 통해 투기채를 해소하자''(투신사) 등의 다양한 방안이 제시되고 있다.

그러나 이제까지 거론된 해결방안중 현실적인 것은 하나도 없다는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연기금은 ''투기채 인수 불가''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으며,무기명채권은 금융실명제의 후퇴라는 점에서 적절치 못하다는 지적이다.

사실 투기채 해결은 지난해 7월 대우사태가 터진 후 미뤄져 왔던 사안이다.

하이일드펀드 CBO펀드에 이은 갖가지 해법도 시간연장책에 다름아니라는게 시장의 반응이다.

대체펀드인 비과세고수익펀드를 투자자들이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는게 그 반증이다.

투자자들은 안전하지 않은 자산에 투자하는 것을 극도로 꺼리고 있다.

IMF 이후 한국이 얻은 교훈 중 하나는 문제를 뒤로 미루면 더욱 꼬여간다는 점이다.

투기채도 마찬가지다.

이제 정부가 나서서 근본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금융시장 왜곡은 더욱 심화될 것이다.

박준동 증권부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