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민영화와 관련해 정부와 국회,노조 등 당사자들이 보이고 있는 행태는 딱하기 짝이 없다.

민영화는 추진하되 고용조정은 없다는 정부의 약속도 그렇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업 움직임을 보인 것도 그렇다.

현실에 대한 이해나 상대방 입장에서 생각하려는 노력은 별로 없다.

전력산업 구조개편 등 관련법을 통과는 시키되 시행은 유보하기로 한 국회 결정 또한 이해하기 어렵다.

하자는 것인지 말자는 것인지 알수 없다.

한전노조의 파업투쟁에 민노총과 한국노총이 적극적인 지원에 나선 것 또한 우려스런 일이다.

양대 노총은 구조조정을 저지하기 위한 시한부 파업과 대규모 집회에 나설 태세고 이같은 움직임이 노동계 전반의 연쇄 파업으로 연결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는 것이니 가뜩이나 어렵기만한 경제가 어떻게 될지 걱정스럽다.

정부는 사회장관 연석회의를 열어 불법파업 엄단 방침을 거듭 천명하고는 있지만 이눈치 저눈치에 익숙한 행정행태로 미루어 과연 말대로 대응해 나갈 수 있을지도 의심스럽다.

한전에 대해 경영효율이 떨어지고 부채가 과도해 현 상태로는 생존하기 어렵다는 결론이 내려졌다면 통째로 민영화하건 6개 사업부로 나누어 이중 5개를 매각하건 결코 미룰 일만은 아니라고 본다.

또 민영화를 통해 경쟁체제를 도입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면 전문가들의 의견에 따라 신속한 처리를 단행할 뿐 더이상 좌고우면할 일은 아닐 것이다.

정부와 국회가, 고용을 보장하겠다는 지키지도 못할 약속을 내놓는 것은 그런 면에서 절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 우리의 생각이다.

민영화 조치를 단행하면서 인력 구조조정은 없다면 과연 무엇으로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고 이는 또 구조조정에 대한 책임을 장차의 민간 사업자에게 떠넘기고 보겠다는 얄팍한 수법에 지나지 않는다고 봐야 할 것이다.

인력조정 없는 구조조정이라면서,지금은 왜 그것조차 추진할 수 없는지도 알 수 없다.

시행시기를 늦춘 것은 그런 점에서 책임회피에 다름 아니라고 본다.

정부는 매각절차를 진행하는 데 최소한 1년은 걸리기 때문에 시행시기를 다소 늦춘다고 해서 특별히 문제될 것이 없다는 설명을 내놓고 있지만 그런 속사정을 염두에 두고 시행시기를 잡았다면 이는 노조 등 상대방의 이해와 협조를 구하는 투명하고 솔직한 태도가 결코 아니다.

산적한 구조조정 과제를 잔꾀나 미봉으로 해결하려고 해서는 안된다.

원칙에 맞는 일처리가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