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백달러를 들고 미국으로 건너가 접시닦이를 하며 주경야독한 60대 벤처기업인이 한국을 찾았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웹호스팅회사 옴니스(www.omnis.com)와 엔젤투자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마이클 전(63) 사장.

그는 자금이 모자라 어려움을 겪고 있는 벤처기업 3∼4개 정도를 인수합병(M&A)할 생각으로 INKE 서울총회에 참석한 것.

이번 행사를 통해 좋은 비즈니스 파트너를 구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미주 한국인 사회에서 몇 안되는 고령의 벤처기업 사장이지만 전 사장은 젊은이들 못지않은 의욕과 정열이 넘친다.

성균관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무작정 미국행 비행기를 탄 것은 지난 60년.

보다 넓은 세상에서 자신의 능력을 확인해 보고 싶다는 모험심이 발동했기 때문이다.

그는 "청운의 꿈을 안고 미국 땅을 밟았지만 피붙이 하나없는 곳에서 살아남기가 쉽지 않았다"고 어려웠던 시절을 회고했다.

"갖고 간 돈은 1백달러뿐이었습니다. 처음에 UCLA 경영학과에 입학해 공부를 시작했는데 한 학기에 4백50달러가 넘는 학비를 충당하기가 쉽지 않았지요"

일단 식당에서 접시닦이부터 시작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접시를 닦았지만 학비는커녕 생계를 꾸려 나가기도 벅찼다.

학업과 아르바이트를 병행하기 힘들어 UCLA는 1년 만에 중도하차하고 플로리다 주립대에 들어갔다.

능력의 한계를 느껴 좌절감도 맛봤지만 전 사장은 한국을 떠날 때 자신과 했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이를 악물고 노력했다.

마침내 전 사장은 그곳에서 경영학석사(MBA) 학위까지 따냈다.

미국생활 10년 만에 얻은 성과였다.

어느 정도 미국사회에 적응했다고 생각한 전 사장은 파이낸싱 매니지먼트 업무를 시작했다.

성장 가능성이 있는 중소기업에 자금을 지원해 주는 것으로 각계의 사람을 만나 인맥을 형성하는게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었다.

영어가 서투른 동양인이 하기엔 쉽지 않았지만 나름대로 능력을 발휘했다.

인터넷 분야의 발전 가능성을 직감하고 지난 97년에 옴니스를 설립했다.

현재 1만여개의 회사를 고객으로 확보한 상태다.

전 사장은 "늦은 나이에 새로운 기술을 이해하기가 쉽지 않지만 젊은 엔지니어들에게 하나하나 배우는 것도 또 다른 기쁨"이라고 말했다.

미국에서 살아남기 위해 뒤도 돌아보지 않고 일한 전 사장이지만 한국을 잊은 적은 없었단다.

그는 "한국의 기술력 있는 벤처와 함께 일하고 싶어하는 재미 사업가들이 많지만 이제까지 마땅한 교류의 장이 마련되지 않았다"며 "이번 기회를 통해 모험을 두려워하지 않는 젊은이들을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홍성원 기자 anim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