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가 급격히 둔화되면서 설비과잉으로 재고가 쌓이는 미국기업들이 늘고 있다.

유명 의류업체인 갭 매장에는 팔리지 않은 옷이 산더미처럼 쌓이고 있으며 자동차의 도시 디트로이트에서는 차량 판매부진으로 상당수 생산라인이 놀고 있다.

통신업체들은 매출부진으로 새로운 네트워크 구축계획을 전면 재검토하기 시작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5일 미국 제조업의 설비과잉이 미경제의 앞날에 암운을 드리우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특히 이미 둔화되고 있는 소비가 일정시기에 급격히 줄어들 경우 설비과잉 문제는 ''신경제 신화''를 한순간에 무너뜨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 제조업계의 매출은 지난 8월부터 11월까지 4개월 연속 감소,이같은 우려가 더욱 설득력을 얻고 있다.

과잉설비의 원인은 90년대 호황기의 과잉투자.기업들은 마치 ''지지 않는 태양''과도 같던 ''신경제''를 믿고 무리하게 설비를 늘려왔다.

미 제조업체들은 95년부터 지금까지 연간 5%씩 설비투자를 확대했다.

이는 80년부터 94년까지 연평균 증가율의 두 배가 넘는 것이다.

물론 모든 산업에서 설비가 넘쳐나는 것은 아니다.

현재 미 제조업 평균 가동률은 82%로 과거 20년간의 평균치와 거의 같다.

문제는 수요감소의 속도이다.

어느 순간 소비가 급격히 줄어들면 과잉재고는 미경제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기업 연쇄도산과 급격한 실업자 증가로 미경제가 심각한 불황에 빠지면서 일본이 겪고 있는 장기불황의 전철을 그대로 밟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골드만삭스의 이코노미스트 윌리엄 더들리는 "미경제 전반에 공급과잉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은 크지 않으나 진정한 불경기가 오기까지는 아무도 이를 예측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경제의 경착륙에 대한 우려가 높아짐에 따라 연준리(FRB)가 내년 초께 금리를 인하할 것이란 예상이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김선태 기자 orc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