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0년부터 10년을 끌어온 생보사 상장안 마련 문제가 또 다시 해를 넘길 지경에 이르렀다.

상장안 마련 자체로만 보면 10년 묵은 숙제이기 때문에 1년을 더 넘긴다고 크게 문제될건 없다.

그러나 올해의 경우 상장작업이 표류함으로써 상장과 직접 연관돼 있는 삼성자동차 부채처리가 태풍의 눈으로 등장한다는 점에서 파장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 상장안 마련 왜 지연되나 =생보사 상장의 쟁점은 △계약자에게 상장이익을 배분할 것인지 △배분한다면 주식으로 줄 것인지, 현금으로 줄 것인지 △어느 정도를 인정해야 하는지 등이다.

삼성생명은 지난 90년 상장을 추진하면서 회사의 자산을 재평가해 재평가차익의 30%(8백76억원)를 자본금으로 전입시켰다.

나머지 70%의 경우 계약자 몫으로 분류되긴 했으나 이 가운데 30%(8백76억원)는 ''자본계정''의 자본잉여금에 맡겨졌고 남은 40% 가운데 3분의 1만 계약자에게 나눠 주었다.

당시 자본계정의 자본잉여금에 맡겨진 이른바 재평가적립금 처리유보액 ''8백76억원''이 생보사 상장의 핵심쟁점이다.

이 돈의 성격과 이 돈을 어떻게 처리하느냐를 놓고 관계기관간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삼성생명 등 생보사와 보험학회는 "30%는 자본계정에 들어 있지만 자본으로 인정할 수 없으며 계약자들에게 빌린 부채에 불과하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그러나 시민단체와 소장파 보험학자들은 주식배분을 계속 고집하고 있다.

주식배분에 대해 이근영 금융감독위원장은 지난 8월 취임직후 "법률검토도 없이 주주들의 팔목을 비틀어 주식을 줄 수는 없으며 동의와 협조가 있어야 한다"며 생보사에 동의하는 듯한 입장을 밝혔다.

현재로선 금감위가 양측의 입장을 적절하게 조화시킬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데 실패한 상태다.

해를 넘길 경우 연내 상장안을 마련하겠다던 금감위원장의 공약은 공약(空約)으로 끝나게 된다.

◆ 꼬여가는 삼성자동차 부채처리 =상장안 마련 지연은 삼성자동차 부채문제 해결에 최대 장애요인이 된다는 점에서 문제가 된다.

한빛은행 등 채권단은 작년에 삼성차 문제를 처리하면서 삼성생명이 상장되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 이중의 장치를 마련했다.

채권단은 상장이 되든 안되든 이건회 회장이 삼성차 빚을 갚기 위해 사재출연한 삼성생명 주식 3백50만주를 주당 70만원으로 계산한 2조4천5백억원을 삼성측이 연말까지 물어내야 한다는 약조를 받아 냈다.

이 회장의 추가 사재출연(50만주)도 포함돼 있다.

또 2000년 말까지 현금화하지 못해 계속 3백50만주를 담보로 맡겨둘 경우 연체이자를 물도록 했다.

그 당시 우려했던게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삼성 계열사들이 삼성자동차 부채를 책임져야할 상황이 다가오고 있다.

그러나 이것도 간단치 않다.

우선 삼성측은 "그 때는 합의서에 서명하지 않으면 안될 상황이 있었다"며 발을 빼고 있다.

게다가 참여연대 경제민주화위원회는 지난달 23일 서울지방법원에 삼성전자 이사들을 상대로 하는 ''위법행위유지 가처분''을 접수했다.

참여연대는 "삼성자동차와 아무런 관계가 없는 삼성전자가 자동차의 부채를 대신 갚아줘야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삼성자동차 부채가 원만히 처리되지 않으면 그 피해는 한빛은행 등 채권단에 돌아갈 수밖에 없다.

게다가 경제사정이 나빠지면서 삼성생명의 주식가치가 계속 떨어지고 있어 은행들의 주식평가손은 더 커지고 있다.

이성태 기자 ste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