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당정 쇄신론 탓에 민주당에는 바람잘 날이 없다.

민주당 1백19명 의원 모두 백가쟁명식의 처방을 제시하며 "바꿔야 산다"고 외치고 있다.

제2의 경제위기 가능성,정치 실종에 대한 불안,대외여건의 불가측성 등 혼란스러운 분위기에서 현 시스템으로 위기에 대처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전에 없이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민주당 의원들은 당과 정부의 고위직 교체,최고위원회의 위상 강화,동교동계 2선 퇴진,당 인사의 전진배치 등을 김대중 대통령에게 건의했다.

일각에서는 거국내각 구성까지 제기했다.

이 제안은 모두 대통령의 결단을 요구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대통령 쳐다보기''의 해바라기성 행태에 대한 비판이 많다.

최고위원의 위상 강화론이 제기됐으나 지금까지 이들은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여줬다.

김 대통령은 "국회 문제는 최고위원이 책임지고 맡아달라"고 여러차례 말했으나 걸핏하면 국회는 파행됐고 마땅한 수습책도 찾지 못했다.

일부 최고위원들은 의약분업으로 온 나라가 떠들썩할 때 ''임의분업 실시론'',''의약분업 연기론''을 펴 오히려 혼란만 부추겼다는 비난을 받았다.

행정부를 비판하면서 사람을 바꿔야 한다고 강변하고 있지만 지금까지 민주당은 수시로 당정회의를 열어 주요 정책을 정부와 함께 결정했다.

행정부에 대한 비난의 절반은 민주당이 져야할 몫이다.

동교동 2선 퇴진론은 복잡한 여권 내부의 치열한 권력 암투와 관련됐다는 분석이 많다.

당 인사의 전진배치도 현 민주당의 ''인력 풀''을 감안하면 쉽지 않은 일이며 입각 희망자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해석도 있다.

거국내각 구성의 경우 대통령의 당적 이탈이나 총재직 사퇴와 불가분의 관계가 있기 때문에 대권 주자의 ''야심''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됐다는 풀이다.

민주당 의원들이 지적하는 시스템 개편이나 인력 재배치도 중요하다.

그러나 지금같은 위기상황에서는 시스템이 문제가 아니다.

역사 앞에 부끄러워할 줄 아는 책임감과 소신이 전제돼야 한다.

대통령만 쳐다봐서야 어찌 이 시대의 정치인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김남국 정치부기자 n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