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인도 이스라엘의 민족적 네트워크(Ethnic Network)를 배우자"

국내 벤처기업들이 코스닥 침체와 "정현준 진승현 게이트"등 잇따른 악재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한국 벤처기업의 국제화를 위한 방법으로 민족적 네트워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벤처기업의 본고장이자 세계 최대의 첨단기술 시장인 미국에서 성공적인 네트워크를 구축,본국에 있는 기업들과 튼튼한 협력관계를 만들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는 대만 인도 이스라엘의 모델이 주목받고 있다.

이들의 모델은 좁은 내수시장을 벗어나 세계무대에서 활약해야 하는 한국 벤처기업들에게 많은 시사점을 던져주기 때문이다.

또 한국은 우수한 인력자원을 주요 무기로 21세기 치열한 경제전쟁을 치러야하므로 이들 국가의 민족적 네트워크를 이해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대만 인도 이스라엘은 민족적 유대감과 협력정신이 다른 어느 나라 못지않게 뛰어나다는 점에서도 한국과 많이 닮아 있어 우리 벤처기업들이 벤치마킹 대상으로 삼을 만 하다.

<>실리콘밸리의 아시아인=현재 실리콘밸리 고급인력 가운데 약 23%가 이민자들이다.

외국 출신 엔지니어가 6만~7만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특히 아시아계 인구가 외국 인력의 핵심을 차지하고 있다.

아시아 인력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실리콘밸리의 반도체를 상징하는 집적회로에 비유해 실리콘밸리를 "IC(India China)밸리"로 불러야 한다는 말까지 유행할 정도다.

아시아인들의 실리콘밸리 지역 진출은 19세기말 미국 서부개척 시대에 철도 선로를 놓는 노동자로 중국인들이 첫발을 디딘데서 비롯됐다.

철도 사업이 끝나고 백인 사회에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중국인들은 샌프란시스코에 차이나타운을 형성했다.

이들의 2세는 부모의 높은 교육열 덕분에 우수한 교육을 받고 실리콘밸리의 벤처기업가와 엔지니어로 변신할 수 있었다.

1965년 미국 이민법 개정은 외국 우수인력의 미국 진출을 증가시키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국적별로 인원수를 할당해 소수의 이민만을 허용하던 규제가 풀리면서 이민자가 급격히 증가했다.

특히 아시아인들의 진출이 활발했고 이들은 주로 미국 서해안에 정착했다.

70,80년대에는 아시아계 네트워크가 본격적으로 형성되기 시작했다.

정보교환과 인력 풀(pool)을 통해 사업성공 기반을 마련했지만 식당 소매점 등 주로 진입장벽이 낮거나 기술력이 필요없는 업종이 주류를 이뤘다.

90년대부터는 고학력의 이민 기업가를 중심으로 새로운 네트워크가 형성돼 기존 네트워크와 결합되면서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냈다.

기존 네트워크에 속한 성공한 1세대들이 젊은 세대를 위해 자금을 대주고 사업경험을 나눠주는 역할을 맡았다.


<>인도=실리콘밸리의 인도인들은 주로 소프트웨어 부문에 진출했다.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해 언어장벽이 없었고 인도 정부가 정책적으로 소프트웨어 전문가 교육에 역점을 둔 때문이다.

실리콘밸리에서 인도인들의 네트워크 활동은 매우 활발하다.

인도인들끼리 서로 도와주는 풍토가 만연하고 있다.

미국 정부의 중국계 견제 정책이 인도인에게 반사이익을 가져다 주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실리콘밸리에 구축된 인도계 네트워크 중에선 지난 91년 설립된 1천여명의 회원을 가진 "실리콘밸리 인도 전문가 협회(SIPA)"와 92년부터 활동을 시작한 5백60여명 규모의 "인도 기업가 그룹(TiE)"이 대표적인 것으로 꼽힌다.

이들 네트워크에 속한 인도인들은 세미나와 각종 이벤트를 열어 활발하게 협력하고 있다.

하지만 대만과 달리 실리콘밸리 인도인들이 인도로 돌아가 본격적인 사업을 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최근엔 미국에서 교육받은 인도인들이 귀국하려는 경향이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

이 때문에 "인도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인도 방갈로르의 첨단 기업들과 실리콘밸리의 네트워크를 더욱 발전적으로 연결시키는 것이 과제로 지적되고 있다.

<>이스라엘=실리콘밸리와의 긴밀한 연결이 이스라엘 소프트웨어 산업이 지닌 강점의 비결이다.

유태인들은 실리콘밸리에서 활동중인 외국 기술인력 중에서도 고급 인력으로 평가받고 있다.

문화적으로 응집력이 강한 이들은 실리콘밸리에서도 유력한 세력을 형성해 상호 정보교환은 물론 현지에 진출한 모국 기업에게 각종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특히 막강한 자금력을 지닌 유태인 자본가들은 미국 현지 유태계 기업에 투자하는 동시에 모국 지원을 위한 기금을 조성해 이스라엘의 기업활동을 돕고 있다.

이스라엘은 일찍부터 원천기술과 제품 개발은 이스라엘에서 담당하고 실리콘밸리에 회사를 설립해 미국에서 필요한 자본을 조달하고 기업공개(IPO)까지 마치는 이스라엘식 벤처기업 모델을 발전시켰다.

이 결과 1백개가 넘는 이스라엘 기업들이 미국 증시에 상장돼 있다.

장경영 기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