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he Economist 본사 독점전재 ]

미국 경제의 3·4분기 성장률은 2.4%로 상반기 기록적인 성장률(5%)의 절반수준으로 떨어졌다.

그러나 개인 소비는 여전히 활발하다.

올 하반기 미국의 개인소비는 1930년대 이후 처음으로 소득을 초과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는 저축이 줄어든다는 뜻이다.

아무도 ''비오는 날''을 대비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저축률이 낮으면 과소비와 투자 감소를 초래할 수 있다.

지난해 미국인들은 가처분 소득중 2%를 저축해 저축률이 지금까지의 평균치인 9%에서 큰폭으로 떨어졌다.

저축률 하락 현상은 다른 선진국에서도 발견된다.

독일의 개인 저축률은 지난 10년간 절반으로 떨어져 8%에 머물러 있다.

사람들이 저축을 줄인 이유중 하나는 지난 20년 동안 금융시장이 자유화돼 돈을 빌리기가 쉬워졌기 때문이다.

돈을 빌리는 사람들에게는 저금리가 유리하다.

일부 경제전문가들은 정부통계가 주식에 투자한 돈을 제외하기 때문에 저축수준을 과소평가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주식투자와 저축은 별개의 문제다.

주가가 뛸 경우 비상금으로서의 저축에 대한 필요성은 오히려 낮아진다.

뉴욕 연방은행의 리처드 피치와 찰스 스타인델은 실현된 자본소득을 가처분소득에 포함시킬 경우 99년의 저축률은 9%로 높아지고 90년대의 저축률도 크게 떨어지지 않았다고 최근 발표했다.

이들은 개인 부채도 과대평가됐다고 주장했다.

가계부채는 가처분소득에 비해서는 빠르게 증가했지만 자산 증가와 비교하면 오히려 떨어졌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미국의 개인·기업·정부를 포함한 저축 총액은 90년대보다 소폭 증가한 상태다.

그러나 이러한 관점은 지나치게 낙관적이다.

골드만삭스의 에드 매컬비는 역사적으로 낮은 저축률(실현된 자본소득 포함)은 가계가 자본소득을 가처분소득으로 간주하고 있는 것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자본소득은 임금보다 훨씬 유동적이다.

이 돈은 앞으로도 지금처럼 들어오리라는 보장이 없다.

주가가 폭락할 경우 저축해 둔 돈이 없으면 큰 타격을 입는다.

국내저축이 전체적으로 늘었다고 해서 안심할 일도 아니다.

기업투자는 최근 국내저축액보다 훨씬 많이 늘었다.

이는 외국인 자본의 유입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따라 계속 사상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 미국의 경상적자 규모는 올해 GDP의 4.5%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경상수지 적자폭이 늘어나는 것은 미국이 살림살이에 어울리지 않는 씀씀이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순저축액을 가늠하는 기준으로 경상수지외에 가계·기업의 저축에서 투자액을 뺀 민간금융수지에도 주목해왔다.

이 수치는 96년까지 40년 동안 플러스였으나 현재 적자폭이 GDP의 7%에 육박한다.

과거를 돌이켜 볼 때 민간금융부문의 적자폭이 늘어나는 것은 적신호다.

영국 일본 스웨덴에서도 지난 80년대말 자산가치가 상승하고 민간부문의 순저축액이 감소했다.

세 나라에서는 모두 주가가 추락하면서 가계들이 과중한 가계빚을 갚기 위해 저축을 갑자기 늘렸고 경기는 급속히 후퇴했다.

대부분의 경제학자들과 정책입안자들은 오랫동안 고공비행을 한 미국 경기가 충격 없이 연착륙에 성공할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다.

그러나 연착륙에 성공하더라도 민간금융부문의 불균형 현상은 해소되지 않는다.

만약 지난 4년간 연 4.5%를 유지한 경제성장률이 향후 몇년간 3%대로 둔화되면 물가는 잠재울 수 있겠지만 경상수지와 민간부문적자는 위험수준에 머무를 것이다.

이는 가계와 기업의 부채부담이 커지고 미국의 외채가 늘어나는 것을 의미한다.

정리= 정지영 기자 co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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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영국의 경제전문지 이코노미스트 최근호 사설을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