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안에 들어온 물고기 한 마리를 놓칠 뻔했습니다.

지난달에 나온 ''펄떡이는 물고기처럼(원제:Fish)''(스티븐 런딘 외 지음,유영만 옮김,한언)이라는 책 말입니다.

그 땐 시간에 쫓겨서 그냥 짤막하게 소개만 하고 넘어갔지요.

그런데 이 책이 스스로 놀라운 힘을 발휘한 것입니다.

국내 기업들이 앞다퉈 조직활성화 모델로 활용하기 시작했고 사장이나 직원들 모두 ''물고기 철학''을 얘기하고 있습니다.

눈 밝지 못한 자신을 나무라며 책을 다시 펼쳤습니다.

그랬더니 아,노스웨스트항공 등 미국내 2천여개 기업이 왜 이 책을 단체구입했는지 알겠더군요.

이야기는 의외로 단순합니다.

시애틀 변두리 어시장에서 일어난 실화를 바탕으로 인생과 경영의 원리를 깨우쳐 주지요.

짧지만 여운이 오래 남는 잠언처럼 재미와 감동을 함께 느낄 수 있습니다.

주인공은 남편을 잃고 혼자 가정을 꾸려가는 한 여성입니다.

그는 어렵게 얻은 새 직장에서 출근 첫날부터 문제투성이 부서를 떠맡고 난감해합니다.

나태와 무기력에 빠진 조직원들을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고민하던 그는 파이크 플레이스 어시장에 들렀다가 신선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곳에는 열정과 기쁨이 펄떡거리고 사람들의 표정에도 활기가 넘쳤습니다.

어시장 하면 지저분한 것을 먼저 떠올리게 마련이지요.

그곳 상인들도 반복되는 노동에 찌들어 있었고 매상도 신통찮았습니다.

그러다가 어느날 변했습니다.

이왕 선택한 일,어차피 주어진 하루를 좀더 즐겁고 생산적으로 보내자고 마음을 고쳐먹은 것입니다.

지금 이 어시장은 생선도 사고 놀이도 즐기고 삶의 생기를 충전하려는 사람들로 발디딜 틈이 없다고 합니다.

어떻게 그랬을까요.

그는 어시장의 변화를 주도했던 관리자를 만났습니다.

그리고 그의 인생과 회사의 장래를 바꿀 열쇠를 얻었습니다.

그 비결이란 개인과 조직을 긍정적이고 쾌활한 사고로 바꾸는 것,경쟁력의 근본을 ''인간''에 두고 고객과 내부 구성원을 연결하는 서비스,이런 것들이었습니다.

맨 먼저 그 자신이 변했습니다.

곧이어 부서원들이 ''내부의 함정''에서 빠져나와 자발적으로 일하기 시작했습니다.

자신과 동료들의 삶을 깨우고 일터를 축제의 장으로 바꾼 한 리더의 노력.

그 단순하면서도 가슴 뭉클한 사연이 찡하게 다가옵니다.

우리는 날마다 10시간 이상을 직장에서 보냅니다.

일터가 즐겁지 않으면 인생 또한 불행하지요.

디지털 시대일수록 더 중요해지는 ''감동경영''의 원천도 여기에 있습니다.

이 책은 자신의 삶과 회사에 생명을 불어넣는 기법을 알려줍니다.

구체적인 방법으로 ''나의 하루 선택하기''''놀이 찾기''''그들의 날을 만들어주기'' 등도 들려주지요.

어부의 태도가 바뀌면 고깃배가 달라지고 드넓은 바다까지 달라보입니다.

우리 모두 삶의 망망대해에서 희망을 낚는 어부가 아닌가요.

오늘 당신의 가슴 속에는 어떤 물고기가 펄떡거리고 있습니까.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