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밝힌 2단계 금융구조조정 구도에서는 외환은행의 진로가 태풍의 핵이다.

정부의 구도가 실현될 경우 정부주도 지주회사는 한빛은행 하나로종금 등을 포함, 자산규모가 1백50조원이 넘게 된다.

말 그대로 세계 50위권의 슈퍼뱅크가 탄생하는 셈이다.

그러나 금융계 일각에서는 이 구도를 두고 ''슈퍼 부실은행''의 탄생이라는 비판적 시각도 없지 않다.

우량은행과 지방은행간 통합도 다양하게 모색되는 양상이다.

''신한은행과 제주은행''간 조합이 조만간 발표될 전망이고 ''하나+경남'', ''조흥+광주'' 등의 합병산식도 거론되고 있다.

◆ 정부주도 지주회사는 =외환은행은 이날 금감위 발표에 대해 "주주가치를 올릴 수만 있다면 정부주도의 지주회사나 우량은행간 합병 모두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금융계에서는 정부가 외환은행에 지주회사 편입이나 다른 은행(국민 또는 주택)과의 합병을 선택하라고 계속 압력을 가한데 따른 것으로 보고 있다.

관건은 외환은행의 대주주인 코메르츠가 이 구도에 찬성할 것이냐다.

외환은행 관계자는 "코메르츠가 지난주 정부로부터 지주회사 편입 제의를 받고 현재 독일 본사에서 수락여부를 검토중"이라며 "수락 가능성은 반반"이라고 말했다.

외환은행의 운명이 코메르츠의 결정에 달려 있는 셈이다.

◆ 우량은행+지방은행 =공적자금을 받는 광주 제주 경남은행중 제주은행의 진로는 사실상 확정됐다.

이인호 신한은행장은 "제주은행을 자회사로 인수하는 문제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여기에 ''하나+경남''의 짝짓기설도 급부상했다.

하나은행측은 "자산부채인수(P&A) 방식이라면 고려해 볼 수 있다"는 입장이다.

조흥은행에 손짓하고 있는 광주은행의 진로는 아직 미확정이다.

위성복 조흥은행장은 "클린화와 시너지효과를 전제로 지방은행 인수를 추진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적극적인 태도는 아니다.

정부도 조흥은행의 현 입장을 고려해 무리하게 지방은행 인수를 강요하지는 않고 있다.

◆ 우량은행간 합병 =정부는 하나와 한미은행의 합병을 기정사실화하고 다른 대형 은행간 합병도 조만간 있을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금감위 관계자는 "두 은행에 이번주 안에 합병에 대한 입장을 최종적으로 밝힐 것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미은행의 최대주주가 된 칼라일의 김병주 한국대표는 "하나 뿐만이 아니라 국민 주택 신한은행 등을 모두 대상으로 보고 있다"며 "하나와의 합병을 기정사실화하지 말라"고 강조했다.

조만간 합병선언을 할 것 같던 두 은행에서 이상기류가 흐르고 있는 것이다.

하나와 한미를 제외한 대형은행간 합병은 물밑작업중이다.

''국민+외환'' 등의 합병설이 나돌고 있지만 해당 은행들은 이를 공식적으로 부인하고 있다.

김상훈 국민은행장은 "외환은행과의 합병에 대해 제안을 받은 바도 없고 내부적으로 검토한 적도 없다"고 강조했다.

김정태 주택은행장도 "주주가치를 올릴 수 있는 우량은행과의 합병을 고려하고 있다"는 기존 입장만 되풀이했다.

결국 우량은행간 합병에서는 ''정부 구상''보다는 ''주주 이해''가 결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김준현.박민하 기자 kim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