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백화점과 신세계.

IMF 관리체제에 접어든 지난 97년말 이후 다국적 유통업체들의 잇단 공략에도 불구하고 이들 대형 토종 유통업체들은 소비시장에서 저력을 발휘하고 있다.

롯데는 전국적으로 점포망을 넓혀 백화점 시장을 주도하고 있고 신세계는 E마트를 내세워 할인점 시장에서 굳건히 선두를 지키고 있다.

두 회사 모두 전문 경영인이 회사를 맡아 공격적인 투자로 외국계 기업의 대공세에 맞서고 있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업계를 대표하는 이인원 롯데쇼핑 사장과 구학서 신세계 사장 모두 경리직에서 출발한 관리통이라는 점도 닮은 꼴이다.

롯데 신세계와 함께 "빅4"로 꼽히는 현대백화점의 이병규 사장,갤러리아백화점의 김정 사장 역시 오너들의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는 전문 경영인이다.

이병규 현대백화점 사장은 그룹 비서실장을 거친 전문 경영인으로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측근으로 활동했다.

몸이 불편한 정주영 전 명예회장은 최근에도 자주 현대백화점 본점을 찾고 있다.

일본 경제에 밝은 김정 한화유통 사장은 지난해 3월 사장으로 취임한 이후 갤러리아백화점을 "명품 백화점"으로 차별화하는데 성공했다는 평을 듣고 있다.

올들어 백화점을 위협하고 있는 할인점의 경우 토종업체인 E마트의 황경규 대표가 업계를 선도하고 있다.

올해로 5년째 할인점 사업을 맡아온 그는 금년에 E마트를 매출 3조원의 대기업으로 키워 유통산업의 새로운 지평을 여는데 기여하고 있다.

롯데마그넷을 이끌고 있는 강성득 본부장은 경쟁사인 신세계 출신.

지난해 11월 롯데마그넷 사업본부장으로 자리를 옮긴 뒤 불과 1년 만에 마그넷을 업계 3위로 끌어 올렸다.

올해 할인점 업계에서 갑자기 부상한 인물은 홈플러스의 이승한 사장.

삼성물산과 영국 테스코사가 합작 출범시킨 홈플러스는 금년 하반기에만 대도시에 5개의 신규 점포를 연쇄 개점하는 등 공격 경영의 고삐를 바짝 죄고 있어 경쟁사를 긴장시키고 있다.

이 사장은 특히 "가치점(Valur store)"이라는 독특한 컨셉트를 제시해 소비시장에 새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올해 유통업계에서는 삼성그룹 출신 경영진의 활약이 두드러진다는 점도 관심거리다.

11월 말 뉴코아의 신임 관리인으로 선임된 강근태 사장은 삼성그룹의 공채 13기 출신.

삼성물산에서만 23년을 근무한 "삼성맨"으로 삼성플라자를 설립한 주역이다.

지난해 말 중소기업 명품 백화점인 행복한세상의 초대 사장으로 뽑힌 이승웅 사장도 66년 삼성물산에 공채로 입사한뒤 사장까지 지냈다.

최인한 기자 jan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