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신규대출 중단 .. '금융시스템 사실상 마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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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까지는 안되고 내년에 봅시다"
중견대기업인 S사 자금담당 J과장은 최근 주채권은행에 20억원의 신규 대출을 요구했다가 이런 답변을 듣고 발길을 돌려야 했다.
"BIS 비율을 높여야 하기 때문에 연말까지는 신규대출을 해줄수 없다"는게 지점장은 답변이었다.
연말결산을 앞두고 금융권의 몸사리기가 극심해지면서 시중 자금경색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정부방침에 따라 연말까지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을 10%까지 올려야 하는 은행들이 신규대출을 기피하고 있는 때문이다.
◆ 은행 몸사리기 =한빛 조흥 외환은행 등은 연말까지 신규대출을 중단한다는 내부방침을 최근 정하고 각 지점에 대출자제를 지시했다.
대출금액이 늘어나는 만큼 위험가중자산이 증가하는 데다 대손충당금 부담마저 생겨 BIS 비율이 하락하기 때문이다.
특히 상반기때 11%대였던 경남은행의 BIS 비율이 동아건설 퇴출 등의 파장으로 6%대로 급락해 적기시정조치를 받게 된 이후부터 은행권의 몸사리기는 더욱 심해진 상황이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기존 대출금은 기업의 재무상태 등을 엄격히 심사해 연장해 주되 신규대출은 취급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세웠다.
◆ 금융시스템 마비 =은행수신 대비 기업대출 비중이 사상 처음으로 50% 수준까지 떨어지는 등 금융 중개기능이 마비되고 있다.
한국은행이 7일 발표한 ''11월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 예금은 8조원이나 늘었다.
반면 대출 증가액은 4조7천5백억원에 그쳤다.
대출증가액의 대부분은 가계대출이 신장된데 따른 것으로 기업 대출은 제자리걸음에 그쳤다.
특히 대기업 대출은 우량 대기업을 제외한 중견대기업에 대한 신규대출이 줄면서 11월중 1천3백91억원 감소했다.
은행수신(실세요구불+저축성예금) 가운데 기업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11월 말 현재 사상 최저치인 50.8%로 떨어졌다.
기업대출 비중은 98년 말 58.4%에서 99년 말 53.7% 등으로 하락추세를 보이고 있다.
◆ 내년 1.4분기가 고비 =전철환 한은 총재는 "당면한 금융시장 경색현상은 유동성은 충분한데 금융시스템이 제기능을 못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라며 "금융구조조정이 마무리되는 내년 초까진 금융 불균형 현상이 개선될 것 같지 않다"고 진단했다.
내년 1.4분기중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는 15조원에 달한다.
반면 시중 부동자금은 안전한 국고채 시장으로만 몰리고 있다.
기업 신용도에 따른 양극화 현상도 심화돼 AA-급 우량 회사채와 투자적격 최하위 등급인 BBB-급 회사채간 금리격차는 지난 10월평균 2.88%포인트에서 최근엔 3.5%포인트 이상으로 확대됐다.
한은 관계자는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만기가 몰려오는 회사채를 소화할 방법이 없어 기업들의 자금난은 갈수록 심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준현.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
중견대기업인 S사 자금담당 J과장은 최근 주채권은행에 20억원의 신규 대출을 요구했다가 이런 답변을 듣고 발길을 돌려야 했다.
"BIS 비율을 높여야 하기 때문에 연말까지는 신규대출을 해줄수 없다"는게 지점장은 답변이었다.
연말결산을 앞두고 금융권의 몸사리기가 극심해지면서 시중 자금경색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정부방침에 따라 연말까지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을 10%까지 올려야 하는 은행들이 신규대출을 기피하고 있는 때문이다.
◆ 은행 몸사리기 =한빛 조흥 외환은행 등은 연말까지 신규대출을 중단한다는 내부방침을 최근 정하고 각 지점에 대출자제를 지시했다.
대출금액이 늘어나는 만큼 위험가중자산이 증가하는 데다 대손충당금 부담마저 생겨 BIS 비율이 하락하기 때문이다.
특히 상반기때 11%대였던 경남은행의 BIS 비율이 동아건설 퇴출 등의 파장으로 6%대로 급락해 적기시정조치를 받게 된 이후부터 은행권의 몸사리기는 더욱 심해진 상황이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기존 대출금은 기업의 재무상태 등을 엄격히 심사해 연장해 주되 신규대출은 취급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세웠다.
◆ 금융시스템 마비 =은행수신 대비 기업대출 비중이 사상 처음으로 50% 수준까지 떨어지는 등 금융 중개기능이 마비되고 있다.
한국은행이 7일 발표한 ''11월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 예금은 8조원이나 늘었다.
반면 대출 증가액은 4조7천5백억원에 그쳤다.
대출증가액의 대부분은 가계대출이 신장된데 따른 것으로 기업 대출은 제자리걸음에 그쳤다.
특히 대기업 대출은 우량 대기업을 제외한 중견대기업에 대한 신규대출이 줄면서 11월중 1천3백91억원 감소했다.
은행수신(실세요구불+저축성예금) 가운데 기업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11월 말 현재 사상 최저치인 50.8%로 떨어졌다.
기업대출 비중은 98년 말 58.4%에서 99년 말 53.7% 등으로 하락추세를 보이고 있다.
◆ 내년 1.4분기가 고비 =전철환 한은 총재는 "당면한 금융시장 경색현상은 유동성은 충분한데 금융시스템이 제기능을 못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라며 "금융구조조정이 마무리되는 내년 초까진 금융 불균형 현상이 개선될 것 같지 않다"고 진단했다.
내년 1.4분기중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는 15조원에 달한다.
반면 시중 부동자금은 안전한 국고채 시장으로만 몰리고 있다.
기업 신용도에 따른 양극화 현상도 심화돼 AA-급 우량 회사채와 투자적격 최하위 등급인 BBB-급 회사채간 금리격차는 지난 10월평균 2.88%포인트에서 최근엔 3.5%포인트 이상으로 확대됐다.
한은 관계자는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만기가 몰려오는 회사채를 소화할 방법이 없어 기업들의 자금난은 갈수록 심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준현.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