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을 무시한 관치금융이 또다시 부활됐다''

6일 발표된 정부의 은행 2차구조조정에 대한 불만이 시중은행 사이에서 확산되고 있다.

은행들은 "정부의 고민도 이해못할 바는 아니지만 주주이익과 향후 은행산업 비전을 고려하면 지나치게 정부의 입장만 반영한 발상"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 외환은행과 한빛은행의 조합 =외환은행은 곤혹스러운 입장에 빠졌다.

''조건부 독자생존'' 판정을 받은지 한달도 못돼 정부가 ''변심''했기 때문이다.

외환은행의 1대주주인 정부는 2대주주인 코메르츠방크에 ''지주회사 편입'' 카드를 던졌다.

한빛은행 중심의 지주회사가 ''부실은행의 집합소''에 불과해 선도은행이 되기는 어렵다는 지적을 피하기 위한 방편이다.

이같은 정부측 제안에 대해 코메르츠방크는 아직 확답을 보내지 않고 있다.

특히 코메르츠측은 지주회사에 편입될 경우 출자지분의 가치를 충분히 보상받을 수 있는지에 대해 의문을 표시하고 있다.

외은 관계자는 "한빛은행과는 기업금융에서 중복이 되는 부분이 많다"며 "정부가 강조하는 시너지 효과는 별로 없어 코메르츠도 주저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더욱이 외환은행은 현대그룹의 주채권은행이다.

현대건설이 자구계획을 이행하고 있다지만 금융시장에서는 현대건설을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으로 비유하고 있는 실정이다.

금융계 관계자는 "외환은행이 현대건설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합병이나 지주회사에 편입될 경우 불똥이 다른 금융기관에 튈 수 있다"고 지적했다.

◆ 주주 이익이 우선 =합병을 논의중인 한미와 하나은행은 물론 우량은행간 합병을 추진하라는 압력을 받고 있는 국민 주택은행 모두 정부에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금융감독위원회로부터 조속한 합병일정을 밝히라는 요구를 받은 한미와 하나은행은 "정부 뜻대로 되는 일이 아니다"고 반발하고 있다.

한미은행 관계자는 "대주주가 된 칼라일 측에서 하나은행과의 합병에 따른 이해득실을 계산하고 있다"며 "자산실사도 아직 안했는데 합병선언을 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한 연구소 연구위원은 "대형은행을 만들어 정보기술부문 투자비를 줄이고 외국은행과 경쟁시키겠다는 것이 정부측 논리지만 그 실효성은 아직 검증된 바 없다"며 "정부의 뜻대로 금융시장이 움직이는 시대는 지났다"고 지적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감위 사람들은 여전히 관치금융의 구태를 못벗었다"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 지방은행 인수도 문제 =정부로부터 경남은행을 인수하라는 강요를 받은 하나은행은 "자산인수방식(P&A)이 아니면 할 수 없다"며 배수진을 치고 있다.

제주은행과 협상중인 신한은행이나 광주은행 인수를 타진받고 있는 조흥은행 역시 지방은행이 확실히 부실을 털어낼 것을 전제로 내세우고 있다.

공적자금을 투입해 지방은행을 클린화시키겠다는 정부약속이 실제로는 은행들 사이에서 전혀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조흥은행 관계자는 "정부가 부실을 확실히 털어줘야만 논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준현 기자 kim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