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철도차량에 이어 기간통신사업자인 데이콤이 직장폐쇄에 들어간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이번 직장폐쇄로 국제·시외전화뿐 아니라 천리안 등을 통한 정보유통과 은행계좌이체 등 국민생활에 있어 불편이 초래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이미 지난 6일 주민등록발급 업무가 차질을 빚은 바 있어 피해가 속출할 전망이다.

데이콤이 파업에 대응해 사측이 합법적으로 동원할 수 있는 마지막 수단인 직장폐쇄까지 가게 된 것은 임금단체협약중 ''근로조건이 변동되거나 인사제도를 바꿀 경우 사측은 노측과 합의한다''는 조항중 합의를 협의로 바꾸자는 사측 주장을 노측이 거부한 것이 주된 이유다.

노측은 "사측안은 구조조정을 마음대로 하겠다는 것"이라며 거부하고 있고,사측은 "경영권과 관련된 내용이기 때문에 절대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이라고 한다.

우리는 특정회사의 노사문제에 깊이 간여할 생각은 없지만 누가봐도 경영권에 속하는 인사제도를 변경하는데 노조동의를 받도록 돼 있는 불합리한 규정을 개정하는 문제로 파업과 직장폐쇄로 갈 수밖에 없는 노동현실을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아울러 노동현장에서 법과 원칙이 지켜지지 않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발생하고 있는데도 두 손놓고 쳐다보고 있기만 하는 정부의 무책임성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노동관련 집회중 질서유지를 담당하는 경찰이 구타를 당해도 아무 일 없이 넘어가고,명색이 직장폐쇄중인 회사에 노조원이 버젓이 출입하고 시설물을 점거해도 못 본척하는 것이 이 나라 공권력의 현주소다.

파업으로 회사에 막대한 손해를 끼쳐도 노사화합비 등의 명목으로 임금을 지급해 무노동무임금 원칙이 도처에서 훼손돼도 누구하나 이를 문제삼는 사람이 없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심지어 재정부실로 수천억원의 국고지원을 받아야 하는 처지에 있는 국민건강관리공단이 노조원 1인당 수백만원씩 총 1백50억원을 파업기간중 생활비보조 명목으로 지급했다는 소식에는 할 말이 없을 정도다.

이번 사태의 1차적인 당사자인 데이콤 노사 양측은 회사를 위해서나 국민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도 조기수습에 적극 나서야 한다.

그러나 이번 데이콤 사태는 노사 양측 모두 마지막 수단까지 동원한 만큼 이의 해결을 위해서는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이 요구된다고 본다.

하지만 정부가 조기수습을 지나치게 강요할 경우 이면합의 등의 부작용을 낳을 수도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정부의 역할은 노사 양측이 법과 원칙을 지키면서 문제를 자율적으로 해결하도록 유도하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