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밤 9시(이하 한국시간) 오슬로 시청에서 열린 노벨평화상 시상식은 시종 차분하고 경건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1시간15분 동안 진행된 이날 시상식에서 참석자들은 수상자인 김대중 대통령에게 기립박수와 환호로 경의를 표했다.

<>…시상식이 시작되기 10분전쯤 시청에 도착한 김 대통령이 룬데스타트 노벨위원회 사무국장의 영접을 받으며 식장인 시청 중앙홀로 들어서자 팡파르가 울리면서 장내에 있던 1천1백여 참석자들은 기립박수로 김 대통령을 환영했다.

노르웨이의 바이올리니스트 바라트-두에와 한국의 비올리스트 정순미 부부의 환영연주에 이어 김 대통령이 군나르 베르게 노벨위원회 위원장으로부터 노벨평화상 메달과 증서를 받아들자 식장엔 또다시 우레와 같은 박수가 울려퍼졌다.

<>…김 대통령은 당초 수상연설문을 영어로 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한국어로 25분 동안 낭독했고 영어와 노르웨이어로 동시 통역됐다.

김 대통령은 특히 연설에서 아시아에 서구적 대의민주제도와 맥이 통하는 사상적 뿌리가 있음을 자세히 언급했다.

그는 "공자의 제자인 맹자는 ''임금이 선정을 하지 않고 백성을 억압한다면 백성은 하늘을 대신해 들고 일어나 임금을 쫓아낼 권리가 있다''고 했다"며 "이것은 존 로크가 사회계약론에서 설파한 국민주권사상보다 2천년이나 앞선 것"이라고 말했다.

<>…노벨위원회측은 식장인 오슬로 시청 중앙홀의 앞뒤에 김 대통령의 햇볕정책을 상징하는 노란색과 주황색 장식물을 배치해 눈길.

시상식장 앞쪽엔 수천개의 오렌지와 노란색 장미,해바라기 등으로 만든 70㎝ 높이의 장식물을 설치했으며,뒤편에도 오렌지로 장식한 사각기둥들을 배치했다.

노벨위원회는 "김 대통령의 햇볕정책 성공을 기원하는 뜻에서 태양색과 흡사한 노란색과 주황색으로 식장을 장식했다"고 설명.

<>…이날 시상식엔 하랄드 국왕을 비롯해 호콘 왕세자,스톨텐베르그 총리,그뢴된 국회의장 등 노르웨이 정·관계 주요인사들과 그루할렌 브룬트란트 세계보건기구(WTO) 사무총장,오슬로 주재 외교사절,노르웨이 비정부기구 대표 등 1천1백여명이 참석했다.

또 지난 85년 김 대통령이 미국 망명생활을 접고 귀국할 때 신병보호를 위해 서울까지 함께온 토머스 폴리에타 주이탈리아 미국대사,96년 노벨평화상을 받았던 라모스 호세 오르타 동티모르 지도자가 한국측 추천으로 시상식에 참석했다.

<>…어린이 보호단체인 ''어린이를 구하소서''와 국제앰네스티 노르웨이지부 등 노르웨이 인권단체 회원들과 한국 동포 5백여명은 이날 저녁 중앙역에 모여 노벨위 공식연회가 열리는 그랜드호텔까지 횃불행진을 벌였다.

횃불행진 행렬이 그랜드호텔에 도착하자 김 대통령 부부는 숙소 2층 발코니에 나와서 시민들에게 손을 흔들며 화답했으며,마침 부근을 지나던 시민들도 몰려들어 한때 그랜드호텔 앞 도로가 축하 인파로 꽉 메워지기도 했다.

오슬로=김영근 기자 yg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