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그룹이 해체된 이후 해외 잠행을 계속하고 있는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최근 거처를 독일에서 아프리카 수단으로 옮긴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회장의 측근 소식통에 따르면 김 전 회장은 올 초 이후 기거해 온 독일 프랑크푸르트 인근의 거처를 최근 정리하고 부인 정희자 여사(대우개발 회장)와 함께 수단으로 이주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 여사는 그동안 남편과 떨어져 주로 국내에서 활동해왔으나 ''남편에게 힘이 돼주기 위해'' 수단에 함께 거처를 정했다고 김 전 회장에 정통한 한 소식통은 밝혔다.

재계에서는 이에 따라 김 전 회장이 한동안 수단에서 장기 체류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김우중씨 근황에 정통한 대우출신 인사는 10일 "김 회장의 유럽 체류를 놓고 이런저런 말들이 많아 ''한국 사람들이 많지 않은'' 아프리카 오지인 수단을 새 체류지로 택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전 회장은 대우그룹을 이끌 때 수단을 아프리카 진출의 거점으로 선택,타이어 방적 등 합작공장을 설립 운영했으며 호텔 사업에도 진출한 바 있다.

김 전 회장이 독일이 아닌 프랑스 휴양도시 니스의 호화 대저택에서 은둔생활을 했다는 풍문과 관련,이 소식통은 "세차례에 걸쳐 니스를 방문한 적은 있지만 3∼4일씩의 단기 체류에 그쳤다"며 "이 곳에서 호화 생활을 하고 있다는 소문은 전혀 근거없는 억측"이라고 부인했다.

니스의 저택은 대우그룹이 VIP급 현지 거래선 접대를 위해 구입해 둔 일종의 영빈관이며,대우그룹이 해체된 이후 오호근 전 구조조정위원장도 이곳에 묵은 적이 있다는 것.

그는 최근 국내 언론에 보도된대로 김 전 회장이 얼마전 베트남을 다녀간 것은 사실이지만 "새 사업을 시도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과거 베트남과의 인연을 정리하기 위한 고별 방문 성격이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김 전 회장의 또 다른 측근도 "김 전 회장은 기업 활동을 다시 할 의욕도,계획도 없다는 뜻을 지인들에게 강조하고 있다"며 "다만 어떤 식으로든 실추된 명예를 회복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것만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김 전 회장이 대우그룹 회계분식 혐의로 검찰의 수사대상에 오른 것에 대해 "김 전 회장은 언제든 귀국해 시시비비를 가리는데 협조할 뜻이 있음을 정부 당국에 분명히 전한 것으로 안다"면서 김 전회장이 해외잠행을 계속하고 있는데는 ''김우중 리스트''와 같은 뇌관이 터지는 것을 꺼리는 국내 일부 분위기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김 전 회장은 지난해 10월18일 대우자동차가 합작 투자한 중국 산둥(山東)성 옌타이(煙臺) 자동차부품공장준공식에 참석한 뒤 해외생활을 시작,베트남 미국 독일등지로 거처를 옮기며 잠행해왔다.

지난해말께 미국 동부지역으로 떠나 두달간 머무르며 심장질환 치료를 받았고 올해초 독일로 거처를 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주병·이학영 기자 ha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