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승섭

B2B e-비즈니스 혁명으로 기존 산업간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새로운 형태의 산업이 등장할 날도 멀지 않았다.

이러한 산업의 해체와 새로운 산업의 등장은 인터넷의 확산과 커뮤니케이션 기술의 발달에 힘입어 급속도로 진전될 전망이다.

이런 경향은 갈수록 가속도가 붙어나갈 게 분명하다.


<>산업 해체와 가치 사슬의 변화=인터넷의 등장과 발전은 사용자들에게 엄청난 혜택을 주고 있다.

책을 사기 위해 직접 서점에 가지 않아도 되고 상장기업의 재무제표를 보기 위해 굳이 증권거래소에까지 갈 이유가 없어졌다.

대표적인 디지털 상품인 음악의 경우 자신이 듣고 싶은 음악을 어디서나 인터넷을 통해 공짜로 들을 수 있다.

MP3 전문 사이트나 냅스터(Napster)와 같이 사용자의 하드디스크를 서로 공유하는 P2P(Peer to Peer) 사이트를 통해 자신이 듣고 싶은 음악을 아주 저렴하게,심지어 대부분의 경우는 공짜로 듣는다.

이것은 콘텐츠의 디지털화가 가장 빨리 진행된 음반 산업에서 현재 나타나고 있는 산업 해체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인터넷이라는 매체가 음반 유통을 위한 물리적 자원인 매장,CD 플레이어,CD 등을 대체하고 있다.

이같은 추세는 요즘 저작권 문제로 잠시 주춤하고 있지만 조만간 가장 강력한 채널로 자리잡을 것이라는 데 이견을 다는 사람은 별로 없다.

인터넷이 기존의 음반 배급사가 갖던 기능을 대체할 수 있게 된 이유는 간단하다.

고객 관계를 형성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 음악이라는 콘텐츠 자체이고,음악을 듣거나 구매할 수 있는 물리적 장소나 음반 업체의 브랜드는 별다른 영향을 끼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B2B e-비즈니스 혁명으로 나타나는 산업 해체는 두가지 관점에서 이해할 수 있다.

첫째로 산업 해체는 음반 산업에서 살펴 본 바와 같이 인터넷의 발달로 기존의 고객 관계 형성의 과정인 가치 사슬에 변화가 생기는 것을 의미한다.

둘째 정보 기술의 발달로 인해 고객,제품,시장 정보에의 접근이 과거 어느 때보다 쉬워짐에 따라 산업간 경계가 점차 모호해지고 있다.

이러한 산업간 경계의 붕괴는 산업 해체를 촉진하게 될 것이다.

기업은 자신이 확보하고 있는 고객 정보를 활용해 과거에는 넘보지 못했던 영역에 쉽게 진입할 수 있게 됐다.

서비스 산업의 총아인 금융산업 중 대금 결제 부문은 유사한 고객 기반을 확보하고 있는 거대 통신사업자로부터 도전받고 있다.

아직 시장 크기가 매우 미미하지만 데이콤은 그 자회사를 통해 자사의 천리안에서 콘텐츠를 구매하는 고객을 대상으로 한 인터넷 소액 결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국내 최대의 이동전화 서비스 업체인 SK텔레콤은 향후 인터넷 전자상거래(M-commerce) 서비스를 제공할 경우 자사가 독자적으로 대금 결제를 수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e-비즈니스 혁명이 초래한 산업 해체의 속도나 양태는 특정 제품이나 서비스가 고객 관계를 형성하는 메커니즘에 따라 상당한 차이를 보이게 될 것이다.

고객의 구매 행동에 브랜드 파워가 매우 큰 결정 요인으로 작용하는 산업이나 고객 관계 형성에 의해서 연구 개발,공정 기술,규모의 경제 등과 같은 특정 핵심 역량의 확보가 중요시 되는 업종의 경우에는 산업 해체의 정도가 매우 낮을 것이다.

예를 들어 항공기 제작,철강,특수 정밀 화학,사치품 업종의 경우에는 기존 공급 업체와 고객 사이에 새로운 제3자가 끼어들 여지가 매우 적다.

반면 제품의 디지털화 정도가 매우 크고 제품 공급업체가 확보하고 있는 고객 관계가 강력하지 않은 경우에는 산업 해체의 가능성이 매우 크다.


<>새로운 산업의 등장=산업의 해체는 동시에 새로운 산업을 창출하게 되는데 그 동인들을 살펴보자.

첫째 정보 기술 발전을 토대로 한 아웃소싱의 활성화다.

정보 기술의 발전으로 기업간 혹은 기업과 고객간 정보 흐름이 원활하게 이뤄지면 기업들은 합리적인 가격에 자신의 비핵심 프로세스를 아웃소싱할 수 있게 된다.

기업은 아웃소싱을 통해 고객 관계 형성을 위한 핵심 프로세스에 집중,시장에서의 위치를 확고히 할 수 있다.

인터넷 등 기간 통신망을 중심으로 아웃소싱이 활발해질 경우 산업별 미래의 모습은 현재와는 많이 달라질 것이다.

기업은 자신의 핵심 역량 이외의 프로세스는 외부 아웃소싱을 통해 조달하기 때문에 자사가 직접 수행하는 가치 사슬에 변화가 일어나고 외부에서 이러한 프로세스만을 집적하여 수행하는 새로운 산업이 등장할 것이다.

조달 프로세스를 대행하는 MRO 전문 e-마켓플레이스가 대표적인 예다.

둘째 신규 e-비즈니스의 창출이다.

B2B e-비즈니스 혁명은 기업들에 새로운 e-비즈니스 기회를 가져다 줄 것이다.

기업들은 이제 자신이 확보한 고객 정보와 지식을 바탕으로 핵심 역량을 극대화할 수 있는 신규 분야로의 진출이 용이해진다.

신규 사업으로의 진출이 활성화될 경우 산업의 해체와 신규 산업의 등장은 더욱 활발해진다.

세계적 브랜드 인지도와 재무 건전성을 확보하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사가 확보하고 있는 엄청난 고객과 컴퓨터 운영체제를 기반으로 신용카드,전자 화폐 등 금융서비스에 진출할 경우 성공 여부에 상관없이 금융산업 전반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할 것이다.

또한 인터넷의 특성을 활용해 구매자와 판매자 간의 정보를 중개하는 서비스가 증가할 것이다.

아마존과 e-마켓플레이스들이 전형적인 예다.

이들 중개업체들은 정보를 소통시켜 구매자와 판매자와의 거래를 알선하고 수수료를 받거나 고객의 특정 요구나 거래와 관련된 지식을 활용,고객을 제품 혹은 서비스 제공 기업에 유치해준다.

e-비즈니스로 촉발된 새로운 기업 환경은 기업에 많은 전략적 시사점을 던져준다.

기업은 자신이 확보하고 있는 고객과의 관계를 더욱 굳건히 하기 위해 무엇을 할지를 지속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이를 통해 기업은 새로운 사업 기회나 위협 요인을 포착할 수 있다.

산업 해체와 재구성의 시대에 그 시각의 초점은 "고객의 가치"이다.

e-비즈니스 시대에도 바뀌지 않는 키워드는 고객 중심임을 명심해야 한다.

seungseop.ryum@kr.pwcglob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