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퇴직하고 없어 징계는 불가능합니다"

대학병원 비리를 특감했던 감사관의 말이다.

최근 감사원은 서울대병원 등 일부 국립대 부속병원들의 운영실태를 점검했다.

그 결과 대부분 병원들이 정부와 약속한 특수병원 설립보다는 일반병실의 병상수를 늘리는 데만 혈안이 됐던 것으로 확인됐다.

한 예로 서울대병원은 당초 분당에 6백90억원을 들여 노인치매병원을 짓겠다고 했다.이를 믿고 정부도 국고에서 특별지원키로 했다.그러나 병원측은 당초 계획을 무단변경,일반병실 등 엉뚱한 곳에 돈을 쏟아부었다.

공사규모도 3천8백77억원으로 대폭 늘렸다. 하지만 이중 병원측이 자체부담키로 한 1천4백여억원 마련이 어려워 공사가 중단될 위기에 처해있다.때문에 정부지원금 2천4백여억원은 고스란히 땅속에 파묻히기 일보 직전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감사원은 퇴직타령만 늘어놓고 있다.

당시 공사를 진두지휘했던 병원장들이 현직에 없어 어쩔 도리가 없다는 것이다.

이들 병원에 내린 감사원의 징계는 ''기관주의''가 고작.기관주의는 ''병원에 특별히 불이익이 돌아가지 않는'' 그야말로 형식적인 허깨비 조치다.

이 감사관은 병원장 이름을 공개하라는 기자의 요구에 "개인의 인격이 걸린 문제"라며 완강히 거부했다.

얼마전 사학비리 특감에서도 감사원은 솜방망이만 열심히 두들겼다.

정부보조금을 지원받은 재단 이사장이 30억원이상을 학교재산에서 임의로 빼돌렸는데도 감사원은 ''소 닭 보듯'' 했다.

"지자체 조례상 부당지원금 회수가 가장 큰 징계조치"라며 형사고발 등 적극적인 조치는 검토해 보지도 않았다고 실토했다.

최근에는 공기업 개혁작업이 한전을 비롯한 몇몇 공기업들의 이면합의설로 물의를 빚고 있다.

막대한 공적자금을 타 쓸 형편인 부실금융기관들도 자신들의 처지를 망각한 채 서바이벌게임에만 몰두해 있다.

도덕적해이에 사로잡힌 극명한 단면들이다.

이처럼 해이해진 공직기강을 바로잡겠다며 감사원은 이미 전방위 사정에 들어가 있다.

칼자루 대신 솜방망이를 잡고 있다는 핀잔을 받는 감사원이 도덕적해이에 전염되지 않았는지 진단해 볼 일이다.

김병일 정치부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