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 민주당 국회의원 cma2000@polcom.co.kr >

지난 주 어떤 단체가 ''올해의 베스트 드레서''를 선정했는데 그중 나도 포함되었다.

값비싼 옷으로 치장하는 처지도 아니어서 괘념할 것은 없지만,이 불경기에 옷 잘입는다고 뽑히는 것이 정치인으로서는 부담스럽기도 했다.

그렇지만 딱딱하게 마련인 정치인의 모습에서 또 다른 대중성을 발견하고자 한다면 그런 관심에도 적절히 호응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사실 나는 옷을 잘 입겠다는 여유를 가질 틈도 없다.

아침 시간은 분초를 다투기 때문에 그날 기분에 따라 손이 가는 편한 옷을 얼른 걸쳐 입고 나오기 일쑤다.

나름대로 신경쓰는 것이 있다면 색상의 부조화나 어색한 스타일을 피하는 것 정도다.

아이들에게는 겉 멋보다 속 멋이 훨씬 중요하다고 강조하는데 커갈수록 내 말을 별로 수긍하는 눈치가 아니다.

큰아이가 초등학교 저학년 때엔 바지 단을 덧대어 입혔는데 고학년이 되자 남의 시선을 의식했는지 창피하다며 불만이었다.

심리적으로 너무 부담을 주면 안되겠다 싶어 결국 새 바지를 사주었다.

두발에도 상당히 신경을 쓴다.

지난 여름엔 머리를 진한 갈색으로 염색하고 싶어하기에 자신에게 책임질 수 있는 나이가 되기 전에는 안된다고 설득하다 내가 지고 말았다.

멋내고 예쁘게 보이고 싶은 것이 사춘기의 욕구인데 어른들이 억지로 막지 말라고 제법 논리로 따진다.

시행착오를 겪어 보게 하는 것도 좋겠지 하며 두고 보았더니 염색을 했다가 학교 선생님의 훈시를 듣고 도로 검정색으로 회복시켰다.

누구든지 유행에 거스르면 우선 어색하고 불편하다.

민감한 나이의 아이들이 머리에 신경을 쓰는 것도 그런 면에서는 이해가 된다.

그렇지만 우리 사회는 지나치게 유행에 민감하다.

개성을 살리는 것이 유행이라고 말하지만,유행에 몰입해 자신을 객관화 집단화시키는 경우가 더 흔하다.

체형 등 신체조건, 직업, 나이에 별로 상관하지 않고 생각없이 유행을 좇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실 차림새는 자신의 취향이나 직업 인격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자기 표현의 좋은 기회일 것이다.

향수 하나로 개성과 취향을 표현할 수 있듯이 진정한 베스트 드레서는 남의 시선과 유행에 맞추기보다 자기의 개성과 인격을 잘 표출할 줄 아는 사람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