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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급속히 퍼지는 '불황 증후군'] (3) ''대박'만 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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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등바등 살아서 뭐 합니까.큰 거 하나만 터지면 인생이 꽃필텐데…"

    12일 강원도 정선의 스몰 카지노.

    슬롯머신 손잡이를 연신 잡아당기던 한모(39·서울 중계동)씨는 이렇게 내뱉듯 말했다.

    올해초 명퇴금 5천만원을 코스닥에 투자했다가 지금은 5백만원 밖에 남지 않았다는 그는 그동안의 손실을 한방에 만회해야겠다는 ''각오''로 카지노를 찾았다고 털어놨다.

    최근의 불황이 ''한탕주의''를 확산시키고 있다.

    퇴직자 뿐만이 아니다.

    어엿한 직장인과 자영업자 주부 학생 등 서민들에게까지 전염병처럼 번지고 있다.

    한푼두푼 모아봐야 소용없다는 절망감이 ''요행''으로 내몰고 있다.

    벤처기업을 한다는 20대 젊은이가 신용금고 돈을 수천억원씩 빼먹는 판에 물가를 걱정하는 자신이 한심하다는 데 생각이 미치면 더욱 자극을 받는다.

    그래서 너도 나도 ''정선행 38번 국도''를 내달린다.

    가족 단위로 ''한탕''하자는 사람들까지 몰려 주말이면 정선 카지노는 초만원이다.

    앉을 자리도 없을 정도다.

    5백원짜리 동전 3개로 7천7백만원을 건졌다는 ''37만분의 1''의 확률이 자신에게도 올 수 있다는 믿음만이 그들을 사로잡을 뿐이다.

    휴일인 지난 10일 경기도 과천 경마장은 프로농구 경기장을 연상케 했다.

    한방을 노리고 몰려온 마니아들로 발디딜 틈이 없었다.

    전광판에서는 어느새 마권에 던진 금액이 3백억원을 넘어섰다.

    한국마사회에 따르면 올 상반기의 하루평균 매출액은 4백41억원에 달했다.

    경륜도 마찬가지.

    경기가 열린 지난 3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경륜장의 경주권 판매소 TV 모니터 앞에는 4천∼5천명의 베팅맨들이 모여 있었다.

    스포츠를 즐기려는 건전한 ''팬''은 거의 없다.

    지난 10월 한달간 전국 경륜장 매출액은 1천4백38억원으로 작년 10월(8백38억원)보다 72%나 늘었다.

    젊은이들 사이에는 인터넷 복권이 열기다.

    현재 인터넷에는 7백∼8백개의 복권 사이트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S대 2학년 김모(20)씨는 "하숙비를 털어 호주나 캐나다 등의 복권을 사는 게 대학가에서 유행하고 있다"고 말한다.

    외국 인터넷 복권의 배당이 훨씬 많기 때문이다.

    직장에서는 ''퇴출''이라는 흉흉한 소문이 나돌면서 알게 모르게 복권을 구입하는 직장인들이 늘었다.

    자연히 복권판매는 급증하는 추세다.

    월드컵 복권의 경우 올들어 10월까지의 판매액이 4백70억6천8백만원으로 이미 작년 연간 판매실적(3백81억4천8백만원)을 23.4%나 초과했다.

    가능성이 희박한 미래에 현재의 모든 것을 던져버리는 ''한탕주의''.여기에 빠지면 ''쪽박''을 차고 나서야 ''대박''의 꿈이 허망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

    회사원 김원선(32·서울 화곡동)씨는 "한탕주의가 확산되면서 근검절약의 미덕과 근로의욕마저 흔들리고 있다"며 "카지노가 ''재테크 수단''으로 여겨지는 허황된 풍조가 만연하면 생활규범 자체가 붕괴되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이라고 개탄했다.

    장유택 기자 changy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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