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동금고가 영업정지당한 12일 오전 서울 강남의 한 신용금고 영업점 안.

평일보다 훨씬 많은 40여명의 고객들이 돈을 찾느라 북적댔다.

"우리 금고는 괜찮습니다.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20%에 육박하고 유동성도 충분합니다. 여러분이 경쟁적으로 찾다 보면 우리도 별수 없습니다. 제발 참아주십시오"

직원의 애타는 호소에도 불구하고 한 고객은 "금고라는 말만 들어도 몸서리쳐진다"며 7천만원을 찾아 갔다.

"나도 인출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다른 사람이 찾아가 버리면 결국 영업정지됩니다. 그러면 저는 어떻게 됩니까. 이자 1~2%포인트 더 받으려고 집에서 먼 이 금고까지 찾아와 예금을 했는데 이제 그런 고생 안하렵니다. 도대체 정부는 뭘 합니까. 장관이라는 사람들이 망할 곳이 1~2곳 더 있다고 홍보하고 다니니 우리는 누굴 믿고 돈을 맡기겠습니까"

"1~2곳이 더 문제가 생길수 있다"는 ''해서는 안될 말''을 한 이기호 경제수석에 대한 금고업계의 불만은 위험수위를 넘었다.

예금자들의 불안감이 높아지면서 업계 2위였던 동아금고마저 지난 9일 영업정지됐다.

놀란 금융감독원이 일요일인 10일 금고지원대책이라며 1조원 지원방침을 서둘러 발표했다.

그러나 업계는 시큰둥했다.

더욱이 금감원 관계자가 발표 말미에 "최근 검사가 끝난 14개 금고중 2곳이 증자를 못하면 영업정지될수 있다"며 불난 곳에 기름을 붓는 듯한 발언을 했다.

해동이 당한 것은 바로 그 다음날이었다.

이제 도화선이 어디로 향할지 아무도 모른다.

당황한 정부는 12일 한은특융이라는 특단의 대책을 내놓았다.

금고 대책을 발표한지 이틀 만이다.

"관료들의 신중하지 못한 말 한마디와 엉성한 대책이 금고를 줄도산의 위기로 몰아넣은 겁니다"

가까스로 돈을 찾아 금고를 떠나 버린 예금자나 예금이 묶여버린 예금자나 모두 정부를 탓하고 원망한 하루였다.

박해영 경제부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