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타허리를 부러뜨리는 것은 바늘 하나 정도의 미세한 무게의 차이다''

낙타허리가 부러지느냐 안 부러지느냐의 분기점을 가르는 것은 결국 바늘 하나라는 뜻이다.

비행기가 착륙할 때 비행기가 "부서지느냐 안부서지느냐"도 결국 낙타허리의 바늘 하나만큼의 미세한 차이가 만들어 내는 것임은 더 말할 것도 없다.

미국경제의 뜨거운 논쟁거리로 부상한 경(硬)착륙 여부문제도 결국은 무엇이 ''연(軟)과 경(硬)''을 갈라놓는 요인인가의 분석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할 것이다.

미국은 최근 수년간 연평균 4%선의 높은 경제성장률을 구가해 왔다.

인력부족과 이에 따른 임금인상, 인플레이션이 우려되자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지난 1년반동안 금리를 6차례나 지속적으로 올렸다.

미국경제가 경착륙할 것으로 전망하는 사람들은 이같은 FRB의 금리인상이 경제를 ''과도하게 위축(overkill)''시켰다고 주장한다.

비행기가 경착륙으로 부서지면 긴 수리기간이 필요하듯 미국경제도 경착륙에 따른 수리를 받고 다시 이륙하려면 상당기간 불황(depression)을 겪을지 모른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이다.

특히 FRB의 금리인상은 주식시장의 폭락을 몰고 왔으며 결과적으로 소비자들의 호주머니를 비워 소비를 위축시켰고 이같은 소비위축은 기업의 수익성악화와 재고증가를 불러와 또 다른 주식시장폭락을 촉발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게 만들었다는 게 ''경착륙론자''들의 견해다.

집 자동차 등 모든 자산을 은행빚으로 구입하는 미국생활패턴에 비추어 주식시장의 폭락은 이들 소비자로 하여금 보유자산을 시장에 내놓도록 몰아세우고 있으며 이에 따라 ''자산 디플레이션''이 촉발될 위험도 있다는 분석을 이들은 하고 있다.

기업은 기업대로 악화되는 수익성과 높은 부채비율을 반영,신규투자를 급격히 줄이고 있으며 내년 경기둔화를 우려해 연말이 다가오고 있지만 아직도 내년 예산을 확정하지 못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결국 이 모든 악성재료들이 한꺼번에 겹쳐질 경우 미국경제가 경착륙을 경험할 가능성은 적지 않다는 게 이들의 분석이다.

다시 말해 미국경제는 낙타허리에 바늘 하나도 더 얹을 여유가 없을 정도로 아슬아슬한 분기점에 서 있거나,그 한계를 넘어 ''낙타허리가 이미 부러진 상태''라는 게 이들의 견해다.

하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다.

최근 수년간 미국 소비자들의 소비증가는 주가상승에 따른 것이라기보다는 일반 임금상승에 의한 소득증가에서 비롯된 면이 크기 때문에 주가하락으로 소비자들의 호주머니가 비게 됐다는 이른바 ''부(富)의 효과(wealth effect)''는 과장된 것이라는 게 ''연착륙 옹호론자''들의 주장이다.

특히 이들은 "소비자들이 은행빚에 쫓겨 자산처분에 나설 처지에 있다는 경착륙론자들의 주장은 허구에 불과하다"고 반박한다.

또 "여러 가지 소득과 자산을 종합한 미국인들의 실질가처분 저축률이 실제로는 10%에 이르기 때문에 자산 디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는 기우"라고 강조한다.

연착륙론자들은 이와 함께 경제를 다시 부양시킬수 있는 금리인하조치는 FRB가 언제든지 꺼내들 수 있는 카드일 뿐 아니라 FRB 또한 이를 적극적으로 시사하고 있는 상황에서 경착륙가능성을 주장하는 것은 무책임하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결론적으로 미국이라는 낙타는 아직도 더 많은 짐을 실어도 끄떡없이 버틸수 있는 여유를 갖고 있다는 것이 이들의 분석이다.

어찌됐건, 미국경제가 연착륙을 할 것이냐 경착륙을 할 것이냐는 우리에게도 매우 중요한 관심사다.

한국경제 위기와 미국의 경착륙이 겹쳐질 경우 우리가 입는 타격은 그만큼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양봉진 워싱턴 특파원 yangbongjin@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