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지도부가 예상보다 훨씬 심각한 민심에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서영훈 대표와 최고위원들은 12일 5개 팀으로 나눠 수도권 5개지역의 민생현장에 총출동,경제난 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역주민과 근로자,당원,기업인,시장상인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접하면서 극단적인 민심이반에 곤혹스러워했다.

최고위원들은 이날 구로시장과 평택의 재래시장,중소기업체,인천 대우자동차 협력업체 등을 찾았고 지역 당원들과 간담회도 가졌다.

여기에서는 IMF이전보다 생활이 더 어려워졌다는 불만에서부터 김대중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에 대한 시니컬한 반응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비판의 소리가 쏟아졌다.

서울 구로시장의 한 상인은 "예전에는 가게앞을 하루에 10여명은 지나갔는데 요즘은 한명도 안지나가는 때도 있다"고 어려움을 하소연했고 다른 상인은 "부모님 용돈이라도 드릴 수 있도록 해달라"고 말했다.

이에 서영훈 대표는 "경제가 어려운 줄은 알았지만 이정도 인줄은"이라고 말을 잊지 못했다.

성동지역의 한 섬유업체 사장은 "우리 회사는 일절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하지 않고 있지만 대부분 중소업체에서 불법체류자를 쓰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중소업체의 고충을 토로했다.

인천지역 당원과의 간담회에서도 현재의 민심이 적나라하게 표출됐다.

한 지구당 사무국장은 "국가위기의 본질은 경제가 아니라 신뢰로 나라를 이꼴로 만든데 죄송하게 생각해야 한다"며 "김 대통령은 더이상 노벨평화상 얘기를 하지 말고 본질을 얘기해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한 부위원장은 "대통령 주변에 쓴소리가 없어서는 곤란하다"며 "요즘 입당을 권유하면 민망할 정도로 거부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부평구 의회 의원은 "대우사태로 지역경제가 폐허상태"라며 "내년 세입예산 짜 놓았지만 세금이 걷힐 지 의문"이라고 했고 다른 구의원은 "당이 지금까지 뭘 했는지 의문"이라고 힐난했다.

한 지역구 정책실장은 "정부는 위기극복을 주장하지만 물가는 100%올랐으며 공공요금도 많이 올랐고 IMF전에 없던 세금도 많이 생겼다"며 "그래서 서민이 돌아서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부 당원들은 "이웃주민이 굶고 있는데 왜 북한에 쌀을 퍼주느냐는 비판이 주변에서 나오고 있다"고 주장했고 일부 당원들은 "최고위원과 의원,장관이 국민상대로 홍보를 제대로 한적이 있느냐"고 비난했다.

이에 박상천 최고위원은 "정부의 힘이 너무 약해졌다.

장관들 중에 밀어붙이다 시민단체나 노조가 무서워 말도 못하는 사람도 있다"고 지적했다.

정동영 최고위원도 "민심이 바라는 것은 변화인데 지난 1년반동안 여당이 변화의 갈증을 풀어주지 못했다.

역대 여당중 홍보와 선전을 이렇게 소홀히 한 적이 없으며 반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창 기자 lee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