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의 한국중공업 경영권인수는 공기업민영화를 본궤도에 올려 놓는 기폭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민간기업의 구조조정에 비해 공기업개혁이 늦다는 비판에 직면해온 정부는 이번에 한중민영화를 공공부문 개혁에 박차를 가하는 계기로 삼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OB맥주를 해외에 넘기고 성장의 모멘텀(동력)을 찾기 위해 절치부심해온 두산그룹은 이번 인수성공으로 단숨에 재계랭킹 10위권으로 뛰어오르는 저력을 과시했다.

두산이 이번에 한국중공업을 인수하게 된 데는 ''타이밍''도 좋았다는게 재계의 분석이다.

정부가 공기업 개혁의 실마리를 한국중공업 민영화에서 찾으면서 입찰 예정가를 대폭 낮춘 데다 경제력 집중논란에 밀려 현대 삼성같은 메이저들이 입찰에 참여하지 않은 것이 ''두산낙찰''에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한중이 차지하는 업계비중이나 국내외경쟁 관계에 비추어 ''전형적인 소비재기업''이란 이미지를 쌓아온 두산으로선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경영능력을 ''테스트''받게 되는 큰 부담도 안게 됐다는 것이 증권가 등의 중론이다.

◆ 한국중공업의 과제 =이런 맥락에서 업계는 두산이 한국중공업처럼 큰 제조업체를 제대로 경영해 낼 수 있을지에 대해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다.

더욱이 지난 98년 이후 한국중공업을 둘러싼 국내외 영업환경은 그다지 좋지 못한게 사실이다.

국내 최대의 발주처인 한국전력은 IMF 사태를 겪으면서 신규 투자를 중단하거나 기존 투자를 보류하는 등 공사물량을 급격히 줄여 왔다.

여기에다 전략적 제휴를 추진하고 있는 제너럴 일렉트릭(GE) 등이 그다지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지 않고 있는 것도 문제다.

제휴 협상에서 주도권을 쥘 수 있을 만큼 한국중공업의 역량이 뒷받침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두산은 선진업체와의 적극적인 제휴를 모색, 제한된 국내시장보다는 해외시장에 동반진출하는 전략을 구사해야 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수출입은행의 송기재 해외투자연구소장은 "중공업 분야는 막대한 연구개발(R&D) 비용과 함께 상당한 수준의 마케팅 능력이 요구된다"며 "세계시장의 흐름과 선진업체의 동향을 발빠르게 따라잡지 못하면 낙오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공기업 특유의 비효율적인 사업구조를 어떻게 타파해 낼지도 관심사다.

중공업분야의 신흥기업인 두산이 한국중공업의 생산성 향상과 함께 영업구조의 선진화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협력적인 노사관계를 구축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 두산의 경영전략 =(주)두산 전략기획본부 박용만 사장은 "두산은 구조조정과정에서 보여줬듯이 한번 한다고 하면 확실히 한다"며 한국중공업 경영에 자신감을 보였다.

두산은 우선 현재 5%에도 못미치는 영업이익률을 끌어올리는 것을 당면 과제로 보고 있다.

두산은 자신들의 공장재구축 경험을 적용하면 2년내에 10% 수준으로 쉽게 높일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다.

두산은 한중의 사업방향과 관련, 국내 발전사업의 수익성을 개선하고 해외 담수설비 수주를 확대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두산은 또 일단 기존의 전문경영인체제를 유지하고 기존 인력위주로 경영한다는 기본원칙을 정했다.

선진화된 기업지배구조를 도입, 경영은 철저히 전문경영인에게 위임하고 두산은 이사회를 통해 주요의사결정을 할 계획이다.

강성으로 알려진 한중 노조와의 관계 정립도 관건이다.

고용보장문제와 관련, 두산은 한중의 지분을 인수한 만큼 당연히 고용이 승계된다고 밝히고 있다.

김성택.조일훈 기자 idnt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