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지도부가 예상보다 훨씬 심각한 민심 이반에 충격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서영훈 대표와 최고위원들은 12일 오후 5개 팀으로 나눠 수도권 5개 지역의 민생현장에 총출동, 경제난 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역주민과 근로자, 당원, 기업인, 시장 상인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접하면서 극단적으로 나쁜 민심에 고개를 떨궜다.

이날 민생현장 시찰에서는 IMF 이전보다 생활이 더 어려워졌다는 불만에서부터 김대중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에 대한 시니컬한 반응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비판의 소리가 가감없이 쏟아져 당지도부를 곤혹스럽게 했다.

서울 구로시장에서는 "장사가 안돼도 이렇게 안될 수 없다"는 상인들의 하소연이 이어졌다.

한 상인은 "35년 장사를 했지만 이렇게 살기 힘든 것은 처음"이라고 했고 다른 상인은 "IMF때보다 더 어렵다"고 토로했다.

이에 서영훈 대표는 "경제가 어려운 줄은 알았지만 이 정도인 줄은…"이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성동지역의 한 섬유업체 사장은 "우리 회사는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하지 않고 있지만 대부분 중소업체에서는 임금이 싼 불법체류자를 쓰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고충을 토로했다.

한 지방의원은 "전당대회후 최고위원들은 아무 것도 한 일 없이 권력투쟁으로 내분만 일으켰다"며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없다"고 지도부에 직격탄을 날렸다.

인천지역 한 지구당의 사무국장은 방문한 최고위원들에게 "빰을 때리면 맞으라"며 "김 대통령은 더이상 노벨평화상 얘기를 하지 말고 본질을 얘기해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이어 "대통령 주변에 쓴소리가 없어서는 곤란하다" "요즘 입당을 권유하면 민망할 정도로 거부하는 상황이다" "대통령만 쳐다보지 마라" 등의 힐난이 이어졌다.

다른 지역구 정책실장은 "정부는 위기극복을 주장하지만 물가는 1백% 올랐으며 IMF 전에 없던 세금도 많이 생겼다"면서 "그래서 서민이 돌아서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부 당원들은 "이웃주민이 굶고 있는데 왜 북한에 쌀을 퍼주느냐는 비판이 주변에서 나오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박상천 최고위원은 "정부의 힘이 너무 약해졌다. 장관들 중에는 시민단체나 노조가 무서워 말도 못하는 사람도 있다"고 지적했고 정동영 최고위원도 "역대 여당중 홍보와 선전을 이렇게 소홀히 한 적이 없으며 반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창 기자 leejc@hankyung.com